티스토리 뷰
티스토리를 많이 내려놨지만 그동안 쌓아왔던 회고 때문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어느덧 9년째 회고. 올해는 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이전에 마음먹은 것처럼 이 회고 글은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일기장일 뿐이다. 고로, 남들이 하는 것처럼 체계적이지 못한 글이다. 🙂
# 영어 공부
올해도 꾸준히 영어 공부를 했다.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나?라고 하면 딱히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아는 단어는 많아진 듯. 가끔 생활하면서 보이는 영어 단어가 최근에 외웠던 것임을 알고 "오!" 했던 적이 몇 번 있으니까. 주로 말해보카를 통해 공부했고 어느덧 연속 학습일이 591일이다. 12월 6일(토)에 하루 빠졌는데 이건... 미국에서 금요일에 비행기 타고 한국 오니 일요일이었다는.

명절이건, 해외에 나갔건 아침에 눈을 뜨면 우선 말해보카부터 켜고 하루를 시작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앱 내에 레벨이 올라서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연말까지는 살짝 스트레스는 받지만 그냥 묵묵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마도 내년에는 그만둘 것 같다. 이제 듀오링고로 넘어가려고 각을 보고 있기 때문. 말해보카를 하면서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지만 그냥 이들의 정책이 아쉽다. 할인 정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고객케어도 느끼지 못했는데 다음 결제부터 21% 가격을 올린단다. 사실 지불하는 금액으로 따지면 부담스러운 건 아니지만 이런 갑작스러운 비용 증가에 거부감이 들었다. 물론 나도 IT 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버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것도 알고 있고, 이제 흑자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도 알겠다(올해 7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고). 내 경우에 말해보카 내에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는 다 필요 없다. 리그, 캐릭터, 스킨, 보석 등 아무 관심이 없다. 쳐다도 보지 않고 그냥 학습 탭으로 가서 학습만 한다. 쓸데없는 것들 빼고 그냥 경량 요금제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람. 아무튼, 듀오링고는 무료로 95일째 학습 중이고 내년부터는 유료 전환해서 해볼 예정. 주변에 스픽 유저도 많아서 관심이 생기는데 듀오링고와 병행하게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즐거웠다 말해보카!
# 해외 콘퍼런스
3년 연속 해외(미국)를 2번씩 나가고 있다. 올해도 9월에 HashiConf를 다녀왔고 12월에 re:Invent를 다녀왔다. HashiConf는 엠버서더 자격으로 참석했기 때문에 행사를 더 가깝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주변에 자주 이야기하지만 콘퍼런스를 200% 즐기고 싶다면 커뮤니티 멤버든, 발표자든, 자원봉사든 일반 참가자가 아닌 다른 자격으로 참석해 보라고 한다. 그러면 정말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 물론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자원봉사로 참석한 콘퍼런스가 있었는데 행사를 만드는 운영진에게 꽤나 실망한 경험이 있어서 그쪽 행사는 두 번 다시 쳐다도 보지 않는다. 뭐, 개인적인 견해이고 그 콘퍼런스는 매년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무튼, 각설하고 HashiConf'25가 열린 샌프란시스코는 두 번째 방문이었고 이번에는 금문교 위를 신나게 달렸다. 올해 러닝을 시작했는데 그 계기가 금문교를 달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막 시작한 러닝을 오래 즐기지는 못했다. 약 20년을 동고동락했던 발바닥 사마귀와 이별을 준비하면서 냉동 치료에 들어갔었기 때문. 냉동 치료는 -196℃ 액체질소로 살을 지지는 건데 터미네이터 형님도 힘들어했다는 그것이 아닌가. 하필 발바닥이라 걷는 것도 힘들었다..

다행히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는 뛸 수 있는 컨디션이었다. 달리면서 가까이서 본 금문교는 더 웅장하고 멋있었고 나처럼 뛰는 사람도 많고 자전거 투어를 즐기는 사람도 많았다. 정말 관광지 그 자체였다.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날이 또 오겠지?

한편, re:Invent는 세계 최대 규모의 IT 행사답게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다. 걷다 보면 다리가 아플 지경이라 오죽하면 편한 운동화를 신고 가라는 게 팁으로 존재할 정도이다.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는 현장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겁지만 현지에서 부딪히며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들이 해외 콘퍼런스 참석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된다. 하물며 길거리나 우버에서 나누는 스몰톡이 주는 인사이트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리고.. 해외 콘퍼런스 몇 번 다녀왔더니 대한항공 모닝캄 회원이 됐다. 참고로 회사의 지원을 받아서 갔던 리인벤트는 모닝캄 회원이 되는 데는 지분이 없다. 커뮤니티 지원을 받아서 갔던 것들이 마일리지 적립이 됐고 그로 인해 모닝캄 클럽에 들게 된 것. 자격 유지도 이변이 없으면 그냥 충족될 것 같다. 모닝캄이 되고 나니 해외 나갈 때 캐리어를 빨리 찾을 수 있어서 확실히 좋더라.

# 신문물
우연한 계기로 리마커블을 얻었다. 평소에는 아날로그 메모를 잘하지 않는 편인데 아키텍처를 구상하거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하는 등 조금 복잡한 것을 떠올려야 할 때는 펜을 들게 된다. 회사에서는 펜과 종이를 사용하지 않고 주로 화이트보드를 이용했지만 그건 너무 시선이 집중되기 때문에 부담스럽긴 하다. 그러던 찰나에 리마커블을 얻게 됐다. 펜이 정품이 아니라서 진짜 제대로 된 필기감을 느껴본 적은 없지만 아이패드에서 느끼지 못한 쫀쫀함이 있어서 애용하고 있다. 리마커블을 얻게 된 계기가 재미있는데 스레드에 리마커블과 킨들 스크라이브의 사용성에 대해 궁금하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누군가 리마커블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무상으로 보내주셨다. 접점도 없던 분인데 정말 귀인이다. (감사의 의미로 작은 성의를 보내드렸다)

re:Invent에서 Supabase 부스를 방문했고 그곳에서 경품이 당첨됐다. 경품은 스냅에서 나온 5세대 스펙터클이다. 국내에는 후기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물건인데 5세대까지는 개발자 전용으로 나온 제품이기 때문인 것 같다. 아마 다음 세대(내년)부터 일반 사용자를 위해 제품이 나올 거고 착용감도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지금은 AR을 맛본다는 느낌으로 이것저것 해보고 있다.

아래는 링크드인에 남겼던 스펙터클에 대한 후기 글이다. 과연 새로운 전장이 될 것인가?
AI에 온 세상이 빠져있지만, 스냅에서 나온 5세대 스펙터클을 사용해 보니 AR 분야의 발전도 놀랍다. 배터리는 45분으로 제한되고 영상 녹화는 30초가 최대. 화질도 나쁘지 않다. 브라우저 사용도 가능해서 유튜브도 (미묘하게 지연이 있지만) 볼만하다. 안경은 묵직하지만, 생각보다 가벼워서 45분 정도는 무리 없다. 다만, 안경테 부분에 발열이 살짝 있어서 여름에는 땀이 날 듯.
지금 생각으로는 AR에 키보드 자판을 얼마나 부드럽게 인식시킬 것인지가 관건 같지만, 타자가 필요한 일이 미래에 얼마나 되려나. 사실 이 버전은 내년에 출시될 소비자 버전을 위한 개발자 키트라서 투박하다. 개발자들이 미리 하드웨어/OS/소프트웨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나온 버전이고, 개발자 계정은 구독 모델로 월 $99라고. 아무튼, 이 분야도 곧 피 터질 전장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독서
올해 내돈내산한 책은 딱 두 권 있다(네.. 저도 부끄럽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넷플릭스의 이야기를 다룬 규칙 없음이다. 이 책은 지금도 한 번씩 꺼내서 아무 데나 펼치고 읽을 정도로 애정하는 책이 됐다. (나머지 한 권은 "소스 코드: 더 비기닝"인데 아직 완독하지 못했음)

업계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쿠션어에 대한 내 생각이 규칙 없음에도 들어있다. 쿠션어는 단순히 무조건 배척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이상한 높임말(혹은 표현. e.g., 죄송한데.. 시간 되시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등) 좀 쓸 수도 있지 뭘 그런 걸 가지고 까탈스럽게들 굴지 말자. 어차피 정해진 기준을 통과해서 입사했고, 같이 일하고 있는 소중한 동료 아니겠나.
직설적인 표현을 꺼리는 문화와 협업할 때, 우리는 본사에서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린다거나 단순히 표현 방식 때문에 거부감을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크리스토퍼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직설적인 표현을 기피하는 문화에서는 동료에게 피드백을 줄 때 조심하라는 것이다. 좀 더 친근한 표현을 써라. 비난조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라. 명령이 아니라 제안이 되게끔 신중하게 접근하라. 스마일 이모티콘 같은 관계 중심적인 수단을 사용하라 등등. 이런 것들은 업무 환경에서 우리의 메시지가 좀 더 적절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수단이다.
1년 동안 리뷰 활동 등으로 총 14권의 책을 읽었고 그중에는 베타리딩한 책과 추천사를 쓴 책도 있다. 업계에 오래 있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오다 보니 좋은 기회가 한 번씩 생기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리뷰겠지만 책을 발간한 분들의 열정과 노력을 생각해서 조금은 더 꼼꼼하게 읽고 제대로 된 의견을 내려고 하고 있다. 아, 아주 가끔 집필, 강의 제안도 들어오지만 ROI를 생각해서 모두 거절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은 여유가 있다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한편, 발표나 멘토링처럼 상대적으로 시간을 덜 쓰는 건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모두 수락하는 편.
# 커뮤니티
열정적이진 못했지만 올해도 커뮤니티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4월쯤에 Google Cloud AI Breakfast를 시작으로 구글 클라우드 스터디잼 멘토, 창구 워크숍 지원 등을 했다. AI Breakfast는 특히 재미있었는데 팟캐스트 형식으로 처음 해보는 거라서 팽팽한 긴장 속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다행히 모더레이터로 참석하신 구글러께서 잘 이끌어주신 덕분에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4월 초면 AI가 업계를 뒤흔들고 있을 때였는데 유행에 타지 않도록 두루뭉술하게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빠르게 발전하는 AI 업계지만 지금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관련 영상은 여기서 볼 수 있다.

개발 생태계에 지식을 전파하기 위한 활동으로 블로그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 결과로 올해 미디엄에 11편의 글을 썼다. 관심받지 못하는 글도 있고 가끔 댓글이 달리기도 하는데 은근히 짜릿하다! 이 맛에 블로그 하는 게 아니겠나! (티스토리에 쓴 글은 이제 취급하지 않는다;; 카카오가 daum을 매각한다는데 티스토리도 포함되겠지. 그리고 새로운 주인은 당연히 데이터에 관심이 있지 서비스 개선은 관심 밖일 거다. 카카오가 그랬던 것처럼)

# 회사
업무에서 AI 도구로 Cursor를 도입했고 메인 IDE로 사용하고 있다. 연초부터 쓰기 시작했고 업계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사용한 축에 속한다(Cursor 비용을 지원하는 회사). 하지만 통계를 보면 고작 1억 토큰도 사용 못 했다. 변명하자면, 주로 테라폼을 다루고 있고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다 보니 사용량이 저조했던 것 같다. 아무튼, 저보다 토큰 적게 사용하신 분은 반성하시길! ;)

Cursor 토큰 사용량이 저조한 또 다른 이유는 Google Workspace에 있는 Gemini와 대화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꼭 Cursor를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Workspace에 있는 Gemini를 쓴다. 자주 사용하는 것들은 개별로 Instructions을 주입해서 Gems으로 활용하고 있다.

contributions 개수는 작년과 별반 차이가 없다. 구멍이 빠진 건 왜 때문일까? 휴가 말고는 잘 기억이 안 난다. 아마도 새로운 도구를 도입하기 위한 테스트 기간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회사에 HashiCorp Vault와 Boundary를 완벽하게 도입시켰다. 사용자(개발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잘 서포트하고 있으니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개인적인 목표에는 아직 다가가지 못했다. 현재 Vault는 AWS Credentials과 특정 Database 계정 발급 용도로만 쓰고 있는데 사실 Vault는 사용자(휴먼)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도구가 아니다. 시스템 간의 통신을 할 때도 필요한 인증정보를 관리할 수도 있고, 비밀키 저장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런 영역으로 확대해 나가는 게 내년 목표이다.
그리고 Boundary는 기존에 사용하던 Bastion Host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했고 오픈소스 버전을 사용하다 보니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 다행히(?) 아직 사용자들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Boundary의 경우 Bastion Host와 다르게 Silent Proxy 방식이다. Generic TCP 타깃을 사용하는 경우 정확히 프락시 역할만 수행하기 때문에 TCP idle timeout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한편, HCP(HashiCorp Cloud Platform)는 Generic TCP 외에 SSH 방식도 지원하는 것 같아서 이건 오픈소스 버전의 불편함 정도로 생각된다. 근데 뭐 사실 불편함이지 잘못된 건 아니다. 그리고 정 불편하면 Desktop Client가 아니라 터미널에서 명령어를 통해 ssh 연결로 프락시 할 수도 있긴 하다. 그런데 왜 Generic TCP 타입을 변호하는 기분이 드는 걸까? ;)
아무튼, 이런 도구를 덜컥 도입했던 건 아니다. HashiConf에 참석하며 풀어낸 기술에 대한 궁금증과 지식들이 큰 도움이 됐다. 마음만 먹으면 그 기술/설루션의 Product Manager와 대화할 수 있으니까. 내년에는 이런 도구를 조금 더 깊이 있게 공부해서 회사와 제품의 보안을 끌어올려야겠다는 목표가 있다.
내년(26년) 1월 4일이면 이 회사에 재직한 지 만 5년이 된다. 내 커리어에서 두 번째로 오래 다닌 회사라서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2-3년 주기로 이직하는 것이 업계 트렌드였다면 지금은 시대가 약간 변한 것 같다. 취업 시장이 어려워진 것도 한몫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도 3년 미만은 (많은 경우) 회사에서 어떤 성과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직에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고로, 요즘은 3-5년은 근속하고 이직해야 성과를 입증하는 게 수월할 거다. 각설하고, 5주년이 지나면 다른 의미로 회고를 해볼 생각이다. 스스로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할지 고민이 많기 때문이다.
# 마무리
돌이켜보면 많은 일이 있었는데 막상 적고 보니 별거 없다. 이번 회고를 작성하면서 올해는 자연스럽게 내 자리에서 묵묵히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뮤니티 기여도 그렇고 영어 공부도 결국은 꾸준하게 하다 보니 하나의 루틴이 됐다. 나를 성장시켜야 하겠다는 각오나 다짐에서 나오는 행동들은 아니었다. 성장은 그냥 여러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라온 보상 같은 거였다.
굵직한 줄기로 글을 적었는데, 이 글에 언급하지 않은 시간이 두 가지가 있다. 회사에서 치열하게 보낸 시간과 가족과 보낸 소중한 시간이다. 배우 조인성이 이야기했던가? 행복이라는 게 별게 아니다. "지금 문제없으면 행복한 거다"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26년에도 무탈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미래의 나 혹은 누군가도 아무 문제없는 25년 보내셨기를 바라고, 26년도 그렇게 보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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