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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키디에서 그려지는 일상이 펼쳐질 거라고 기대했던 2020년이 끝나간다. 유독 힘든 일이 많았던 한 해였지만 비단 나만 그렇게 느끼지는 않았을 거다. 올해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하고 2021년을 맞이하도록 하자. (회사 이야기는 2019년 회고와 이어진다)




# 총체적 난국인 앱을 론칭

속한 조직에서 연초에 약 4개월간 준비한 이커머스 플랫폼(네이티브 앱)을 론칭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셧다운. 문제는 1)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급하게 론칭하는 바람에 온갖 버그를 품고 있었고 2) 디자이너의 부재로 클라이언트 앱 개발자의 주도적인 앱 디자인으로 앱의 퀄리티를 확보하지 못했다. 3) 운영팀은 앱의 론칭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훗날 회고할 때는 정식 론칭인지 몰랐다고…. (그럼 베타 론칭은 그 시기를 몰라도 되는 건가?!). 이 사태는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컸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앱의 완성도 때문에 론칭을 극구 반대했지만 C 레벨의 결정을 뒤집을 수 없었기에 결국 앱을 론칭했고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crashlytics를 받아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불안정했던 앱은 결국 한 달 만에 셧다운 됐다. 앱 스토어에서 앱을 내린 날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고 괜한 괴로움에 며칠 동안 힘들었다. 내게는 무척 쓰디쓴 경험이었지만 조직 내에 많은 사람이 나와 같지는 않았다.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서 같은 꿈을 꾸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된 좋은 경험이었다. 세상에 안 좋은 경험은 없다. 이겨내자는 결심과 함께 마음을 다잡았다.


# 굿바이 오거나이저

약 1년 6개월간 함께한 GDG(Google Developers Group) 커뮤니티 오거나이저 활동을 마무리하게 됐다. 커뮤니티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개인적인 시간을 쏟아내는 게 힘에 부쳤고, 특히 정신적으로 아주 힘들었다. 대부분의 오거나이저가 열정을 갖고 그 안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지만, 한편으로 힘든 부분도 존재하게 되는데 내 경우에는 그걸 잘 견뎌내지 못했다. 개인 시간을 잘 관리하지 못한 문제도 있겠지만 유독 올해 사람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지 내가 더 이상 오거나이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결국 내려놓게 됐다. 오거나이저를 그만두고 7개월이 지났는데 여러 가지로 아주 홀가분하다. "굿바이 오거나이저"에 대한 상세한 글은 궁금하시면 다음 링크를 참고하시라. : "굿바이, 오거나이저"

사실 시간이 조금 흘러 돌이켜보면 회사 업무에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확실히 집중은 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내가 받는 스트레스의 양은 줄지 않았다. 조직의 리더가 되었기 때문이다.


# 5년 만에 리더

약 5년 전에 팀 리더를 경험하고 학을 뗐었는데 다시 리더가 됐다. 회사 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절대적인 권한(권력)을 얻었고 서비스 기획부터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됐다. 셧다운 된 앱을 반성하고 신규 앱 론칭을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기획된 게 영상 기반의 리뷰 플랫폼. 디자이너가 합류했고 상세한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까지 빠르게 진행됐다. 총체적 난국이던 앱을 셧다운하고 5개월 만에 완전히 새로운 앱을 론칭했다. 글로벌 플랫폼으로 설계를 하고 개발을 하다 보니 동남아시아 시장을 고려해서 android 저 버전까지 커버하기 위해 많은 고생을 했다.

리더가 되면서 전체적인 개발에서 한걸음 멀어지게 됐지만, PayPal을 포함한 카드 결제나 영상을 컨버팅하는 과정을 담당하면서 여러 가지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 특히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HLS(Http Live Streaming) with ABS(Adaptive Bitrate Streaming)를 적용해보면서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Parallel 처리를 위해 Cloud Run(Google Cloud Platform, Serverless)을 깊이 있게 사용했고, CDN 캐싱과 ABS 처리가 정상적으로 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네트워크 환경을 변경해 가면서 stackdriver 모니터링을 활용했다.

한편, 팀의 리더로 구성원 개개인의 tasks를 관리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원만하도록 피플 매니징에 많은 힘을 쏟게 됐다. 스프린트 단위로 프로덕트 개발을 운영했지만 개발 초창기에 어울리는 운영 방식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매일 아침 스크럼을 진행하는 등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하려 했지만 정작 그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했다. 해야 하는 일보다 버그 수정이 더 많은 게 함정.. 그러니까 일이 10개 진행되면 버그가 10개, 일이 100개가 진행되면 10^2가 아니라 10^10이 되는... 개인의 역량 문제도 분명 있겠지만 매니징도 돌아보면 잘못된 부분이 많았다. 당근과 채찍을 조금 더 잘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아무튼 안 좋은 기억은 잊고 가장 찬란하게 빛나던 동료를 기억하기로 했다.

여기에 상세히 적지는 못하지만 내 리소스의 3할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못하는) 거대한 레거시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그로 인해 정작 리더로서의 역할과 다른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기 위해 나는 130%의 힘을 쏟아야 했다. 구성원이 레거시 돌보는 일을 함께해준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우선 개발언어에서 오는 context-switch를 발생시키고 싶지 않았고 더욱이 그들의 커리어에 1도 도움이 안 될만한 코드였기 때문이다. 시간이 해결해줄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회사의 결정들에 나는 서서히 지쳐갔다.


# 채용 프로세스 경험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경험은 과거에도 많았지만, 채용 플랫폼에서 적임자를 찾아다닌 건 처음이다. 원티드, 블라인드 하이어, 리멤버 커리어, 사람인, 잡코리아, 로켓펀치…. 덕분에 채용 플랫폼의 장/단점도 눈에 잘 보인다. 원티드나 블라인드 쪽은 상대적으로 능력 있는 사람들이 몰려있다. 리멤버 커리어에도 능력자는 있지만 신경 써서 이력서를 올려둔 사람은 부족한 느낌. 사람인과 잡코리아는 요즘 스타트업에서 사용하기는 많이 낡은 느낌이다. 이력서 검토가 끝나면 구직자와 일정을 조율해서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을 통과하면 처우 협상부터 입사 OJT까지 전체 사이클을 경험했다. 영세한 회사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다시 없을 경험이지 않을까.


# 퇴사

회사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약 1년 7개월간 1호 개발자로 시작해서 팀 빌딩, 사무실 세팅, 프로덕트 기획 그리고 서버개발 등 회사가 커가는 과정을 지켜봐서 그런지 유독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여러 차례 이직했지만 "내 회사"라는 생각을 하고 다닌 두 번째 직장이었다. 그래서 퇴사를 결정하는 데까지 고민이 매우 많았다. 서비스가 성공하게 됐을 때 받게 되는 보상을 생각하면 존버 해야겠지만 회사가 최종 목표를 향해서 걸어가는 방향이나 사상이 나와 맞지 않았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퇴사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며칠 안 되기도 했지만 많은 애정을 갖고 1년간 낮과 밤 주말 없이 열정을 쏟아부었는데 아쉬움이 가득하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넘어지는 건 좋다. 다만 일어설 때 무언가 주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프로덕트 조직을 운영하면서 겪은 다양한 일들이 내게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기 때문에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 다만, 나의 퇴사 결정으로 인해 남아있는 프로덕트 조직의 구성원들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고 더 나은 복지 혜택을 받으며 회사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최고의 팀장을 떠나보낸다는 구성원들의 찬사를 잊지 못할 거다. 좋은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 COVID-19

올 한 해를 코로나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3월 1차, 8월 2차, 그리고 11월부터 3차대 유행이 시작됐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래프의 끝을 알 수 없다. 끝이 안 보이는 싸움을 1년간 했고 다행히 내년이면 백신이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은 그렇다고 치고 올해 코로나 덕분에 일상의 많은 것들에 변화가 있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원격 수업/근무가 생활화되었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었다. 생필품 주문, 식사 배달 등 모든 것이 언택트로 진화했고 마스크는 이미 우리 일상이 되었다. 어차피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쌓아놓고 살고 있었지만, 올해는 마스크 대란까지 있었다. 마스크 가격 폭등을 잡기 위해 정부는 약국을 통해 요일별로 마스크 판매를 시행했다.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해서 구매할 수 있는 날짜를 지정해줬고 꽤 지혜롭게 헤쳐나갔다. 아무튼, 이런 팬데믹에 10년 만에 재택근무를 처음 해봤고 불행 중 다행인 건... 올해 초부터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집에서도 원래 업무를 봐왔다. 새벽이나 주말 등... 그 때문에 이미 집에는 회사와 동일한 환경이 구축되어 있었는데 예를 들면 회사와 동일한 모니터, 개발환경 등. 전혀 어색함 없이 재택근무에 스며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재택근무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글을 참고하시면 좋다. : "리모트 근무 회고"

내가 재직한 회사는 3차 유행에 재택근무가 도입되지 못했다. 구성원들의 퍼포먼스가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모든 구성원의 퍼포먼스가 떨어지는 건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평균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국가적인 사태에 퍼포먼스를 약간 포기하더라도 구성원의 건강과 안전을 조금 더 생각해줬으면 어땠을까.


# 올해를 마무리하며

코로나 여파도 있었지만 내 경력 중에 가장 파도가 많았던 한 해였다. 사업개발팀, 운영팀, CEO, 개발팀, QA, 기획&디자인...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인내할 수 없는 고통을 참기도 했다. 과거 다른 회사를 재직할 때를 생각해보면 이렇게 많은 조직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보낸 곳이 없다. 아무튼, 1년을 3년처럼 보내며 엄청나게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그게 다 온전히 내 경력으로 남을 거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리더라는 감투 때문에 현업 엔지니어링에서 조금 멀어졌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내년 목표는 엔지니어링 파워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다행히 인프라&소프트웨어 아키텍처는 계속 실무진과 깊이 있는 토론을 하고 기여해왔기 때문에 온전히 내 것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벌써 내년이 기대된다. 어서 와 2021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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