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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회고

2024년 회고 (부제: 반성)

Jaeyeon Baek 2025. 1. 1. 09:46

여러모로 바쁘고 힘든 해를 보냈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보낸 듯. 12월 3일 비상계엄과 12월 29일 무안공항 참사(제주항공 참사인지 무안공항 참사인지)까지. 개인적인 사정도 많았다. 다행히 올해로 삼재가 끝난다(그다지 믿진 않지만 하하). 올해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록을 해두자. 이 기록은 미래의 나를 위한 선물이다.


# 회사 생활과 업무

SRE 역할에 딥다이브가 시작됐다. 회사에서 준비하던 제품은 7월 베타 오픈했고, 현재는 정식 오픈한 상태다. 이 제품의 인프라스트럭처 98%를 테라폼으로 구현했고, 안정성을 갖추기 위해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특히 거의 다 구축된 환경을 SaaS 패턴에 맞도록 갈아엎은 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현재도 SaaS 패턴에 100% 맞췄다고 보긴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해야 할 일이 많다.

949번의 커밋

올해 949번의 커밋 뒤에는 훨씬 더 많은 작업이 숨어있다. 제품 개발 초기부터 현재까지 로컬(PC)에서 바로 배포(terraform apply)하는 것들이 꽤나 많았다. IaC 코드를 협업하는 동료가 없어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로컬에서 뚝딱뚝딱 작업했기 때문. 하루에도 업무 컨텍스트가 열댓 번은 바뀌었다. 새로운 기능을 개발하는 도중에 핫픽스를 하거나 가벼운 수정 요청이 들어오는 등, 그리고 SRE 업무뿐만 아니라 데이터 플랫폼팀의 리드 역할을 소화해야 하다 보니 의사 결정을 위해 컨텍스트를 바꾸기도 하고. 아마도 내년에도 비슷한 모양이지 않을까 싶은데... 지금은 초기라서 로컬에서 모든 걸 소화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테라폼 클라우드로 이전하고 가벼운 수정은 개발자들이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겠다.

매일 매일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클라우드 비용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비용은 AWS에서 원본 데이터를 내려줄 때마다 통계를 만들어 슬랙으로 받아보고 있으며 FinOps의 일환으로 아키텍처를 조정해 나가고 있다. 파워세이빙을 통해 운영을 제외한 환경은 지정된 시간에 중지시키고 있으며(슬랙을 통해 제어할 수 있다. 슬랙으로 제어 가능하고 Karpenter까지 파워세이빙에 포함시키는 건 세계 최초일 거다. 동료가 다 만들었다. 나는 입개발을.. 하하하) 모든 클라우드 리소스에는 Tags를 설정해서 비용이 새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클라우드 비용과 관련해서 올해는 MSP를 변경했다. 사용하던 MSP와 관성적으로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귀찮더라도 핏이 맞는 곳 혹은 더 큰 혜택을 주는 곳을 찾아서 재계약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년에도 여러 MSP 업체와 미팅을 할 예정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곧 있으면 만 4년을 채운다. 커리어에서 여섯 번째 직장인데, 두 번째로 오래 다닌 회사가 됐다. 커뮤니티에서 들어 보면 이직 시점에 대한 논의( 1년 다니고 이직? 2년 다니고 이직? 등 )들이 종종 있는데 기간보다 중요한 건 회사에서 내 업무가 무엇이었는지가 중요하다. 반복적인 업무가 계속되고 있다면 자동화를 위한 무엇을 고민하던지, 바꿔나갈 분위기가 아닌 상황이라면 이직하는 게 답이 될 수 있다. 물론 개인의 만족도가 높다면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 성장무새처럼 이직을 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건, 말 그대로 케바케 같다.

 

# 해외 콘퍼런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콘퍼런스 참석을 위해 미국에 두 번 방문했다. 첫 번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I/O, 두 번째는 보스턴에서 열린 HashiConf'24 였다. 둘 다 커뮤니티 멤버 자격으로 참석했던 행사였는데 서로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구글 I/O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행사인데, 그 중심에 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차올랐다. 코로나 여파 때문인지 아직 이전 규모로 진행된 건 아니라서 아쉬웠지만. 아, 그리고 유명 IT 유튜버이신 조코딩님을 실물 영접하고 대화 나눌 수 있어서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 됐다. 한편, HashiConf는 비교적 작은 행사였지만 아기자기함이 있어서 몰입감 있게 참석할 수 있었다.

HashiCorp 엠버서더 단체사진

 

구글 I/O 덕분에 방문한 샌프란시스코에서 버킷 리스트를 달성할 수 있었다. 버킷 리스트는 단순하다. 금문교가 보이는 곳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것. 그동안 콘퍼런스에 참석 때문에 해외에 나가면 일정의 90%는 행사 참여하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10%를 개인 일정으로 썼었다. 비행기를 10시간 이상 타고 가는 곳인데 내년부터는 개인 일정 비율을 좀 더 높여서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금문교 앞에서.

 

# 영어 공부

해외 콘퍼런스를 참석할 때마다 영어의 부족함을 느낀다. 작년에 야놀자는 결제해 놓고 말아먹었다. 아무래도 난 영상을 시청하면서 가만히 듣는 수업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올해는 말해보카를 시작했다. 

올해 2월에 결제했는데 82시간이면 나름 선방한 듯.

 

무엇보다 꾸준히 매일매일 출석하고 문제를 풀었다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 올해는 이렇게 습관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생각한다. 329일 중에 딱 하루 출석하지 못했는데 구글 I/O 참석으로 샌프란시스코에 갔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일정을 소화하느라 출석하지 못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당시에는 습관이 안 됐었다고 생각하는 수밖에.

연속 출석일 231일 (아직 진행중)

이제 습관이 형성됐으니, 내년에는 문제 양을 좀 더 늘려볼 생각이다.

 

# 쾌적한 업무 환경을 위한 투자

재택은 올해도 주 2회 계속 유지됐다. 이변이 없으면 앞으로도 그럴듯해서 쾌적한 환경을 위한 투자를 했다. 데스커 모션 데스크(1800)와 시디즈(T80), 그리고 맥북 에어(M3)를 구매했다. 뭐 설령 재택이 없어져도 상관없다. 어차피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업무 시간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아무튼, 자리가 편해지니 부작용이 생겼는데 너무 오랫동안 일하게 된다는 거다. 물론 그전에도 오래 앉아있었지만 불편함을 참지 못하고 몸을 배배 꼬면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이제는 그런 게 없어졌다. 역시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 

모션 데스크 아주 마음에 든다. 그런데 정작 허리가 아파서 서서 일하는 시간은 거의 없다는..

 

# 대외 활동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구글이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과 함께 운영하는 창구 프로그램에서 오피스아워 멘토로 참석했다. 여러 회사들을 만나면서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쁜 한편,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지식을 깊이 있게 전달하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년에는 스타트업 자문을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봐야겠다( 이 말을 3년째 하고 있는 것 같은데... ).

창구 프로그램에서 받은 스웨그

 

커뮤니티 발표는 딱 한 번 했다. GDG Cloud Korea에서 주최한 DevFest24에서 쿠버네티스와 테라폼 주제로 이야기를 했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자료를 다듬어서 재탕을 노려볼 생각. 발표 요청을 받고 짧은 시간 준비한 것치고는 꽤나 만족스러운 자료였기 때문.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하하하. 발표를 여러 번 하지 못한 것은... 이렇거나 저렇거나 핑계겠지만 제품 론칭과 개발로 올해는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그리고 핏이 맞지 않는 발표는 정중히 거절했다.

DevFest24

 

Apache Airflow ETL in Google Cloud 라는 제목으로 구글 클라우드 공식 블로그에 기고했다. 22년에 작성한 Build a chat server with Cloud Run 이후로 두 번째 기고였다. 글을 작성한 건 꽤 오래됐지만 구글 쪽 사정이 있어서 핑퐁을 오랫동안 치다 보니 많이 늦어졌다. 그 당시에는 과정이 견디기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나름 좋은 경험으로 남게 됐다.

 

# 마무리

돌아봤을 때 올해는 여러모로 예민한 순간이 많았다. 내년에는 누구나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혹은 함께 일했을 때 시너지가 난다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그 일환으로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회사 메신저에서 주고받은 메시지를 돌아보고 있다. 혹시 지식의 저주에 빠져서 상대방이 이해하기 난해하게 표현한 것은 없는지, 감정적이었던 순간은 없는지, 올바른 정보를 정확하게 잘 전달했는지 등을 확인한다. 뭐 당연히 후회되는 순간도 많다. 그래서인지 메신저에서 잡담이 아닌 정보성 글을 전달할 때는 꽤나 신중해지고 여러 번 고치다 보니 전체적인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많이 늘어났다. 그럼에도 핑퐁 치는 것이 적어지고 이해관계가 확실해지니 나쁘지 않다. 이것은 under communication < over communication와는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 

영어 공부는.. 말해보카는 유지하고 회화를 늘려나가야겠다. 요즘 AI와 대화를 통한 영어 공부가 핫하지만 아직은 실제 사람과 대화하는 게 좋다. 또렷하지 않은 억양과 숨소리, 표정, 감정선을 느끼면서 대화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22개의 블로그 글을 작성했다. 아마도 이전 연도에 비해서 훨씬 줄어든 숫자일 텐데, 지금 쓰고 있는 이 짧은 회고를 작성하는 것도 귀찮아서 결국 해를 넘겨버렸다(24년 회고를 25년 1월 1일에 쓰고 있다). 티스토리에 애정이 식은 것도 한몫하지만, 연말 회고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갖고 있었다. 요즘 SNS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회고들을 보면 뭔가 거창하게 써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 회고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나를 위한 일기더라. 25년 회고를 작성할 때쯤 이 글을 돌아보고 있을 나에게 전한다. 24년도 수고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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