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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넷플릭스, 지구상 가장 빠르고 유연한 기업의 비밀"을 다룬 "규칙 없음(No Rules Rules)" 입니다. 넷플릭스의 기술 블로그를 통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고 있었는데 그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아마 인생에 손꼽히게 재밌게 본 책이 될 것 같네요. 창업을 한다면, 하나씩 적용해보고 싶은 것들 뿐입니다. 굳이 창업이 아니더라도 팀 단위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도 있어요. 특히 공감 갔던 여러 문장들을 옮겨둡니다.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고하는 날이 되었다. 예상한 대로 끔찍했다. 해고당한 사람들은 고함을 지르고 문을 쾅 닫고 절망감에 울분을 터뜨렸다. 상황은 정오쯤 종료되었지만, 나는 폭풍의 후반부를 숨죽이며 기다렸다. 남은 직원들의 반응이 불안했다.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눈에 띄게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다들 침착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 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회사 분위기가 거짓말처럼 좋아지고 있었다. 우리는 비용을 계속 줄이는 중이었고 인원도 무려 3분의 1이나 감축했지만, 언제부턴가 사무실은 열정과 에너지와 아이디어들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썩은 사과의 법칙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인재 밀도를 높이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아래에서 키퍼 테스트에 대해 나오지만 꼭 필요한 인재가 아니면 내보내고 훨씬 더 뛰어난 인재를 데려오는 겁니다. 다만, 국내 노동법상 쉽게 도입은 어렵겠지요.
동료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거나 도움이 될 만한 피드백이 있는데도 말하지 않는 것은, 회사에 불충한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는 그렇다.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는데도 돕지 않기로 한 것이니까.
피드백을 통해 개인이 발전하는 것이 결국은 회사를 위한 것이고, 그런 문화를 만들어 나갑니다. 책 후반부에는 직설적인 피드백은 국가별 문화에 따라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쿠션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비슷한 느낌으로 봐도 될 것 같네요.
휴가기간을 정하지 않는 방침은 최고의 인재들을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출근부를 찍는 방식에 저항감을 갖는 Y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호응이 눈에 띄었다. 규정을 없애니 관료주의적 풍조가 줄었고, 누가 언제 얼마 동안 자리를 비우는지 추적하는 데 들여야 했던 행정 비용도 사라졌다. 무엇보다 그러한 자유는 직원들이 자신의 휴가를 잘 활용하리라는 걸 회사가 믿고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그들 스스로 더욱 책임감 있게 행동하게 끔 부추겼다.
직원들이 본업 외에 다른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도록 지원하는 겁니다. 결재라인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비용을 얼마나 쓸 수 있는지, 내가 갖고 있는 권한이 어디까지 인지 말이죠. 그렇다면 그런 것들을 얼마나 자유롭게 활용하면 되는 걸까요? 바로 다음 문장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돈을 쓰기 전, CFO인 나와 당신의 상사 앞에서 특정 항공기 좌석 등급이나 호텔, 전화 통화 방식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런 선택이 회사에 가장 이득이 된다고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다면 물어볼 필요 없이 그것을 택하여 예약하면 됩니다. 그러나 설명할 때 어딘가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면, 상사와 의논한 다음 좀 더 저렴한 방식을 선택하세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나옵니다. 넷플릭스의 출장 및 경비 규정은 다음 다섯 마디가 전부라고 합니다.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인재 밀도를 높이기 위한 넷플릭스의 노력입니다. 가족 같은 회사가 아니라 스포츠팀이라는 기업문화는 이런 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직장의 인재 밀도를 높이려면, 창의적인 직책에 평범한 사람 10명을 앉힐 생각을 말고, 아주 뛰어난 인재 1명을 채용하라. 그런 사람을 뽑을 때는 시장에서 그들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금액을 제시하라. 그들의 연봉을 해마다 조정하여 경쟁사가 제시할 수 있는 금액보다 많은 연봉을 지급하라. 최고의 인재에게 최고의 대우를 할 여유가 없다면, 그보다 못한 사람을 몇 명 내보내 그 돈으로 최고를 붙들어라. 그렇게 하면 인재 밀도는 더욱 높아진다.
이어서 CEO를 포함한 모든 직원에게 적용되는 키퍼 테스트를 합니다. 아래와 같이 말이죠.
팀원 중 한 사람이 내일 그만두겠다고 하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설득하겠는가, 아니면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사직서를 수리하겠는가? 후자라면 지금 당장 그에게 퇴직금을 주고 스타 플레이어를 찾아라. 어떻게 해서든지 지켜야 할 사람을 말이다.
기업 가치가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넷플릭스가 어떤 문화를 통해 만들어졌느니 엿보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하게 권합니다. 한 챕터도 버릴 것 없이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2020년에 출간된 책을 왜 이제야 읽게 됐는지 아쉬움만 가득합니다. 책장 잘 보이는 곳에 두고 회사 일로 마음이 복잡할 때면 자주 꺼내볼 것 같습니다. 스포츠팀과 같은 조직, 높은 인재 밀도 유지. 꼭 넷플릭스처럼 해야 조직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해 봄직한 내용들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었을까요. 그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어쩌면 이미 빠르게 가본 사람이 알려주는 지름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넷플릭스가 아니에요"라는 곳도 물론 많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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