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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업에 합류해서 매드러너로 살아가기] 글을 작성하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이 글을 쓰는 시점 기준으로 만 5년을 하게 됐다. 매드업은 내가 다닌 여섯 번째 직장이고, 전체 경력 중에 두 번째로 오래 재직한 회사가 됐다. 처음 합류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다닐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가슴속에 품고 있는 꿈이 있었고(여전히 있다) 그 과정에 거쳐가는 회사라고 생각했으니까. 이번 글에서는 5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왔는지 회고해 보고자 한다. 이 글 또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전 글의 경우 누적 조회수가 6k였다. 대충 평균으로 따지면 일 년에 1,200명은 읽었다는 이야기다)


# 회사 생활

21년에 입사하고 코로나 시국이라 재택근무로 일을 시작했다. 이전 직장에서 재택근무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대면으로 본 적 없는 동료들이 멀게 느껴지기도 했던 시기다. 지금은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사무실 출근 때와 동일한 루틴(샤워 등)으로 하루를 시작하지만 이때만 해도 눈 뜨면 그냥 컴퓨터 앞으로 걸음을 옮기던 시기였다. 이건 정답이 없고 각자의 방식에 맞게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매드업에서 재택근무는 최대 주 2회 허용되고 있다.

입사 한 달 차, 재택근무에 깔깔이는 국룰

 

나와 같이 회사 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지식 공유를 즐긴다. 입사하고 한 달쯤 후에 사내 테크톡 발표자를 모집하길래 냉큼 신청했던 게 기억이 나서 가져왔다. (아니,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3번째 직장은 10개월 다녔는데 장표를 만들어서 9번 발표했다. 매드업에서는 안 한 편이네;;)

발표는 언제나 선지원 후고민

이후로도 사내에서 HashiCorp의 Terraform, Vault, Boundary 소개를 비롯한 Apache Airflow, AWS ECS, Scrapy 등 크고 작은 발표를 여러 번 했다. 그 결과로 매드업의 모든 인프라스트럭처는 Terraform 기반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3개 팀에서 Airflow를 깊이 있게 사용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일을 잘하는 지표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22년 송년회에서 베스트 매드러너로 뽑히게 됐다. 생각지도 못했던 수상이라 얼떨떨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베스트 매드러너란, 연예대상에 대상 같은 뭐 그런겁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오랜만에 팀플레이 재미를 다시금 느끼기도 했다. 목표를 잡고 일감을 세분화해서 동료들과 나눠서 작업하고 그것을 조립해서 하나의 플랫폼으로 배포했을 때의 짜릿함이란! 시간이 오래 지나도 매드업에서 느낀 이 감정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지금은 함께하지 않는 동료도 있지만 그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광고 데이터 수집 에러율 0% 달성

 

회사는 구성원의 성장을 막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회를 주는 곳도 아니다(사실 나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고 종종 동료의 등을 떠밀기도 한다;; "님 발표하세요" 등). 아무튼, 성장의 기회는 회사 밖에서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고 종종 외부에서 발표도 했다(회사를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 크게 생각나는 건 AWS KRUG Community Day 2022AWS Summit Seoul 2023 이다. 한편, 회사 기술 블로그에는 총 3편의 글을 기고했다. 면접관으로 인터뷰에 들어갔을 때 내가 쓴 글에 관한 질문을 받기도 하고, 외부 활동을 하다가 블로그 잘 보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글을 쓸 때 좀 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잘 읽히게 썼는지, 표현이 잘못된 건 없는지 등)

대외 발표

 

21년 1월 매드업에 입사할 때는 백엔드 개발자 포지션이었다. 그리고 회사의 필요에 따라 현재는 DevOps 겸 SRE로 일을 하고 있다. 뭐가 더 재밌냐, 어느 쪽에 전문성을 더 쌓고 싶냐는 사실 내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아마 나와 비슷한 연차쯤 되신 분들은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규모가 크지 않은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너나 할 것 없이 필요한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니어에게는 본인만의 뾰족함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 다른 이야기지만, 요즘은 나를 소개할 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백엔드니 프런트니 인프라니 뭐니 굳이 구분하지 않고 말이다 )

자기 소개 템플릿. 와일드 리프트는 왜 써냈을까(...)

 

내가 입사할 때 매드업의 개발조직은 챕터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리고 약 8개월 후에 CTO가 합류하셨고 (각을 충분히 보신 후) 개발조직을 목적조직으로 재구성하셨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테크리드 포지션을 맡게 됐다. 매드업에 합류를 결정할 때만 해도 "리드 포지션"이라는 명칭 때문에 피플 매니징을 해야 하냐는 질문을 했었다. 왜냐하면 피플 매니징을 내려놓고 엔지니어링 파워를 키우는데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IC(Individual Contributor)로 1년 정도 일하고 나니 테크리드를 맡으면서 피플 매니징까지 하는데 별 거부감이 없었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 봐 이야기하자면 매드업의 개발조직은 규모가 크지 않아서 피플 매니저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테크리드가 구성원의 매니저 역할까지 수행한다. CTO로부터 많은 걸 배웠지만 아쉽게도 약 1년 후 이별하게 됐다. 그 이후로 개발조직은 대표 직속으로 약 2년간 운영된 것 같다. 그리고 26년 1월 조직 구성도에 변화가 생기면서 개발본부가 생겼고 내가 본부장 직책을 맡게 됐다. 평소 제품 발전과 개발 조직의 형태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는데 구성원들과 함께 좀 더 신나게 놀아볼 수 있는 판이 만들어진 것 같아서 들뜨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여러 가지로 꽤 어수선한 시기이기 때문. 하지만 잘해볼 생각이다.

22년에 회사 홍보차 촬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청담동 메이크업은 본인에게 안맞는 듯...

 

매드업은 매년 꾸준히 성장해오고 있다. AI 때문에 업계에 큰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투자금을 태워 회사 규모를 키우던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스타트업은 흑자를 내며 가치를 증명해 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고, 이로 인해 많은 회사들이 지출을 줄여왔다. 그 영향은 대행사가 직접적으로 받게 됐다. 회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기 때문. 이로 인해 여러 마케팅 대행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런 시국에도 매드업은 흑자전환하며 업계 입지를 탄탄하게 지켜내고 있다. 내가 입사할 때 매드업은 "데이터"와 "기술"을 내세워서 업계를 리드하고 있었는데 현재는 AI 마케팅 컴퍼니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축적해 온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버티컬 에이전틱 AI를 제품에 녹여 서비스하고 있으며, 마케팅 분야에서 따라올 수 없는 간극을 만들고 있다. 이런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질 거다.

회사 생활은 일을 떠나서도 즐겁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워크숍을 가기도 했다. 워크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면서 즐거웠다. 가끔은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서 대화를 나누는 게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정들었지만 회사를 떠난 동료들에게 연락을 해서 연말에 홈커밍데이 개념으로 자리를 갖기도 했었다. 긴 인생, 함께 일할 때 즐거웠다면 언제고 또 같이할 날이 있지 않겠나.

경기도 광주 어디 펜션이었던 것 같다

 

매드업은 매월 복지포인트를 제공한다. 보통 직원들은 삼성카드 결제 비용을 복지포인트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로바로 쓰지만, 본인은 12달치를 모아서 연말에 살림살이를 장만한다. 21년에 식기세척기를 샀고, 22년에는 QLED 75인치 TV, 23년에는 LG 코드 제로 청소기, 24년에는 데스커 전동 책상과 시디즈 의자를 샀다. 25년에는 여기 처음 공개하지만 근사한 냄비와 점퍼, 실내 자전거 등을 장만했다. 집안을 둘러보면 눈에 보이는 물건의 상당수가 복지포인트로 구입한 것들이 됐다. 

복지포인트로 살림살이 장만하는 매드러너

 

# 기타 5년간의 변화

해외 콘퍼런스에 참석하는 재미에 빠졌다. 좋은 기회로 23년부터 25년까지 매년 2번씩 미국에 나가서 글로벌 인사이트를 얻고 있다. 그리고 커뮤니티 사람들을 만나거나 유명 인사를 눈앞에서 보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벅참과 감동이다.

24년 마운틴뷰에서 만난 구글 CEO 순다 옹

 

온/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고 커뮤니티 활동을 했다. 키노트 발표를 포함해서 팟캐스트 형식의 프로그램 그리고 스타트업 멘토링 등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각설하고, 콘퍼런스 발표는 언제나 가슴 설렌다. 자료를 준비하면서 나 스스로 한 단계 성숙하는 게 느껴지고 지식 나눔 활동을 통해 개발자 생태계에 기여한다는 생각에 늘 들뜨게 된다. 이런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Google의 글로벌 기술 전문가 커뮤니티인 GDE(Google Developer Expert)과 HashiCorp Ambassador로 활동하게 됐다. 특히 GDE의 경우 Cloud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로 자격을 얻게 돼서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부르면 달려가서 발표하는 쉬운남자

 

발표 외에도 기회가 되면 글을 쓰고 있는데 구글 클라우드 공식 블로그에 두 편의 글을 기고했다. Build a chat server with Cloud RunApache Airflow ETL in Google Cloud이다. 이렇게 경험을 나누는 활동이 결국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된다. 그러면 그게 또 나의 즐거움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겠나! 책을 읽고 후기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많이 읽으려고 노오오오오력하지만 쉽지 않다. 5년 동안 약 64권을 읽었는데 대다수가 IT 개발 관련 도서이다. 요즘처럼 AI가 다 해주고, 도파민이 터지는 쇼츠가 많은 세상에서 어떻게든 책을 부여잡고 뇌가 말랑말랑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머리를 굴리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 마무리

사람 앞일은 알 수 없다. 나름대로 미래를 계획하며 움직이지만, 기나긴 여정도 오늘 하루 충실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21년 1월 4일 나는 알고 있었을까? 5년이 지난 26년 1월 4일에 이런 글을 쓰게 될 줄 말이다. 생각해 보면 그동안 짧게 다닌 회사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다. 반면 매드업은 업무가 루틴 해질 때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꾸준히 성장했다. 당연히 혼자 힘만으로만 해낸 건 별로 없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들이 옆에 있는 게 직장 생활에 가장 큰 축복이다. 지금 함께 하고 있는 동료들과 이별한 동료들 모두, 그들이 없었다면 5년이라는 시간은 꽤나 지루했을 거다. 이래서 동료가 가장 큰 복지라고 하는 거다. 

ChatGPT를 회사 슬랙에 연동. 그 어떤 회사보다 빠르게! (는 모름)

최근 2-3년 사이에 AI의 눈부신 발전 덕분에 공부할 건 더 많아졌다. 하지만 그로 인해 짧은 시간 내에 해낼 수 있는 게 폭발적으로 많아졌으니, 개개인의 한계를 다시 측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우리는 축복받은 시대에 살고 있다. 매드업은 이 파도에 올라타서 순항할 것 같다.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과거에 사로잡히지 말고, 또 열심히 달려서 그 성장에 이바지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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