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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plash Martin Sanchez

코로나가 시작되고 2년 가까이 가족끼리 외식 한번 한 적이 없다. 술자리는 물론 지인들과 얼굴을 못 본 지 2년이 지났다. 매년 스승에 날에 찾아뵙던 은사님도 만나지 못했다. 아이는 그 흔한 키즈카페 한번 가지를 않았고 집에만 머물렀다. 학부모가 원하면 가정학습이 가능하던 2020년에는 유치원도 보내지 않은 날이 더 많다. 외출 후에 집으로 돌아오면 손을 씻고 알코올 솜으로 핸드폰부터 닦았다. 백신의 경우 본인은 3차까지, 아내는 2차까지 완료했다. 

이렇게 2년을 보냈는데 아내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자가검사키트(신속항원검사)로 검사해보니 음성이다. 감기일까? 혹시 모르니 마스크를 쓰고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다시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했는데 희미하게 두 줄이 보인다. 아내는 그 즉시 선별 진료소로 외출했다. 진료소가 문을 열기도 전이었다. 검사를 받고 와서 화장실이 달려있는 안방에서 격리를 시작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까. 그 와중에 찾아보니 자가검사키트 양성은 적중률이 꽤 높단다. 역시나 일까. 그날 저녁 문자가 도착했다. 

“아무개님. 코로나-19(RT-PCR) 검사 결과는 [양성(Positive)]입니다.” 

 

그렇게 우리 집에도 코로나가 찾아왔다. 

인터넷으로 자가격리에 필요한 물품 몇 가지를 서둘러 구입했다. 일회용 접시부터 물까지. 다른 집 사례를 보니 식기를 같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던데 우리 집은 식기도 전부 일회용으로 세팅했다. 그리고 안방 창문을 열면 베란다가 있어서 식사는 그쪽으로 전달했다. 마침 건조기가 안방 창문 밑에 위치했기 때문에 그 위를 통해 음식을 비대면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나오는 쓰레기는 격리가 끝나는 날 처리하기로 했다. 안방이라서 옷도 충분했고. 밖에 있던 내 경우에는 세탁기에서 돌고 있던 빨래가 있어서 걱정 없었다. 

그렇게 양성 판정 첫날이 우당탕탕 지나가고 다음날 아침 일찍 아이와 함께 선별 진료소를 찾았다. 정부의 권고 사항인데 확진자 동거인은 3일 이내에 PCR 검사를 받으란다. 우리는 그걸 지켰다. 검사비용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니 확진자 동거인이라도 10만 원이라는데 집 앞에 있는 코로나 지정 병원은 9,200원을 내면 PCR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번에 회사에서 확진자가 나와서 동일 병원에 검사비를 문의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10만 원이라고 안내받았었다. 동거인 확진의 경우는 조금 다른가보다. 아니면 전화 상담이랑 방문 상담이 다른 건가?

아무튼, 선별 진료소를 방문한 아침은 꽤 쌀쌀했다. 아이 뒤에 서서 롱패딩을 열고 품으로 쏙 들어오게 안고서 줄을 서 있었다. 선별 진료소에 빼곡히 모여있던 사람들. 여기는 대부분 자가검사키트 양성이 나온 사람들이다. 코로나 걸리기 딱 좋은 곳이다. 이 와중에 뒤에 있는 아줌마는 연신 콧물을 닦고 있다. 그리고 아줌마는 추워서 그런지 몸을 계속 털어내는데 내 옷자락과 자꾸 툭툭 부딪힌다. 참다못해 뒤를 돌아 “아줌마. 가까이 붙지 좀 마세요”라고 말하니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다. “왜요?” 그런데 말투가 조금 이상하다. 어눌해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거리두기 해야 하는 거잖아요”라고 답변하니 “어차피 다 걸린 사람들인데…”라고 말끝을 흐린다. “다 걸릴 사람들인데”라고 한 건지 잘 모르겠다. 더 이상 대화해봤자 의미 없겠다 싶어 화를 삭이고 다시 앞을 봤다. “에잇 싯팔”

그렇게 선별 진료소를 다녀와 옷을 베란다에 걸고 소독제를 뿌렸다. 그리고 화장실로 들어가 아이를 깨끗하게 씻겼다. 외출을 다녀와서 샤워하는 건 2년 동안 해오던 패턴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사람들이 몰릴까 봐 아침 일찍 다녀왔는데 줄이 더 길더라도 낮에 갈 걸 그랬다. 아침이라 꽤 쌀쌀했는데 아이가 길바닥에서 버티기는 힘들었을 거다. 이제 와서 후회하면 뭣하나. 그리고 점심때쯤 문자가 도착했다. 

“홍길동님. 코로나-19(RT-PCR) 검사 결과는 [음성(Negative)]입니다.”

 

나는 음성이란다. 같이 검사를 받은 아이의 결과는 아직이었다. 경험으로 보건대 음성은 결과가 일찍 나온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렇다. 다행히 아이는 세상 잘 뛰어놀고 컨디션도 좋다. 하지만 그날 저녁 아이의 확진 문자가 도착했다. 그리고 짧은 순간이지만 피가 식는 느낌이 들었다. 등줄기가 오싹했다고 해야 할까. 아이는 무증상인가? 아니면 아직 잠복기인가?

그 시각 아내의 열은 어느 정도 내려있었고 목은 여전히 가라앉은 상태였다. 살갗이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고 했었는데 많이 호전됐단다. 이때까지 여전히 방에 격리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도 확진. 그럼 아이를 안방으로 들여보내야 할까? 나는 아이가 남긴 음식도 평소에 먹었는데? 보통의 아빠들이 그렇듯이 나도 아이를 물고 빤다(오해하지 마시라. 본인은 재택근무로 밖에 누군가와 부딪힐 일이 없다). 

아이를 어떻게 격리시키지? 아내와 짧은 의견을 나누고 결정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아내가 아이를 혼자 온전히 돌보는 건 쉽지 않다. 물론 엄마는 위대하다고 생각하지만. 더욱이 침대 때문에 좁은 안방에서 아이가 일주일을 버티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선택. 그냥 안방을 개방하자. 1박 2일 만에 모녀상봉.

역시 아이는 엄마와 있어야 하나 보다. 행복한 시간. 아내는 안방을 나오고도 계속 마스크를 쓰고 생활했고 화장실은 따로 사용했다. 모든 시간이 그렇게 흘러갈 줄 알았는데 그날 늦은 저녁부터 아이는 열이 나기 시작했다. 무증상으로 지나가나 했는데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 나는 열은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아침에 선별 진료소에서 오래 떨었기 때문 같기도 하다. 죄책감이 들었다. 코로나는 무증상인데 일반 감기가 같이 찾아온 것은 아닌지. 

그 시각 아내는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알아봤고 아이를 위한 비대면 진료까지 봤다. 경쟁률이 엄청 치열한데 해냈다며. 비대면 진료에서 의사가 이야기하기를 코로나에 걸린 아이의 열은 보통 3일은 간다고 봐야 한단다. 집안은 전쟁통인 와중에 확진자에게 발송되는 안내 문자가 야속하기만 하다. 입력해야 하는 것도 한가득. 이런 전쟁통에 백신 맞은 날짜는 어떻게 기억하나. 연락 올 거라는 보건소는 소식이 없다. 매일 2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모든 확진자에게 연락한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하다. 

코로나 관련 글을 찾아보면 아이 열이 심할 경우 보건소에 연락해서 병원을 배정받으면 119를 통해 이동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그리고 전문가라고 인터뷰하는 의사들은 고열이 지속되는 경우 병원에 갈 것을 권고한다는데 말이 쉽지. 현실은 다르다. 우선 보건소를 통해서만 병원을 알아볼 수 있는데 보건소에 통화 자체가 하늘에 별 따기다. 겨우 전화연결이 되더라도 병원 배정을 당장 해줄 수가 없으니 위급하면 119에 연락해보란다. 그리고 119에 연락하면 보건소를 통해 병원을 배정받으란다. 이런 핑퐁 과정은 아이의 체온이 올라가는 만큼 반복된다. 보건소에 진료 가능한 병원이 수배되면 연락 달라고 해놔도 연락은 오지 않는다. 기대할수록 속만 상한다. 해열제를 교차 복용시키고 손수건을 뜨거운 물에 적셔 아이의 몸을 닦아주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렇게 열을 1도 겨우 낮췄다. 육아를 해본 부모는 잘 알겠지만 극심한 고열은 밤에 찾아온다. 아이가 PCR 검사에서 확진된 둘째 날 밤, 체온계는 인생 최고의 수치를 보여줬다. 40.4

보건소는 열성 경기(열 경기) 정도는 와줘야 위급상황이란다. 부모로서는 답답한 마음. 자택치료가 시작되면서 코로나는 이제 각자도생(各自圖生) 해야 하는 문제가 됐다. 적어도 초창기 코로나와 다르게 오미크론은 전파력은 높지만 치명률은 상대적으로 낮으니까. 누가 그러더라. 오미크론은 피해 가는 게 아니라 내 차례를 기다리는 거라고. 아직 안 걸렸다면 오미크론 웨이팅이 긴 거란다. 웃기지만 현실적인 말인 듯. 

오미크론이 치명률이 아무리 낮다지만 감기 수준이 아니다. 내가 지켜보고 있는 건 적어도 소문보다 더 독하다. 그리고 코로나가 감기보다 훨씬 잔혹한 바이러스인 이유는 전파력/치명률 때문이 아니다. 확진자가 사회로부터 외면되기 때문이다.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다. 아니 집 밖은커녕 방문 하나도 넘지 못한다. 정부 방침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 등은 본인이 다 알아서 해내야 한다. 혼자 살고 있다면 더 힘들 거다. 디지털 정보 소외 계층은 이 시국을 어떻게 견딜까? 그리고 확진자는 완치 후 사회로부터 감염자였다라는 시선을 감수해야 한다. “확실히 음성 맞아? 아직 전파력 남아있는 거 아니야?”

그렇게 우리 집에 코로나가 지나가고 있다. 

 


 

정부 등 누구를 탓하는 글이 아닙니다.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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