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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집에서 SK브로드밴드를 사용하고 있고 핸드폰이나 노트북, 아이패드 등 무선 기기들은 iptime 공유기를 통해서 사용하고 있다. 초반에 인터넷을 들여놨을 때는 속도가 느리다는 걸 못 느끼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속도가 떨어졌다. 참고로 집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일이 많지 않으니까 저렴한 100MB 회선을 사용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브로드밴드에 전화해서 더 높은 등급의 회선으로 변경하려고 했지만...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에 기가랜은 들어오지 않는다고...
아무튼, 이렇게 된 이상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나서야겠다. IT 경력이 십수년인데 신호 증폭기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고민을 시작했다. 사실 100MB 회선은 가정집에서 사용하기에 적은 양은 아니다. 회선 대역폭(bandwidth)이 실제로 그 정도까지 안되고 업/다운로드 차이가 심해서 체감되는 속도가 현실적으로 낮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충분하다. 헤비 업로더가 아닌 이상, 혹은 불법으로 블루레이 같은 높은 용량의 영화를 해외 서버에서 다운로드할 때나 영향이 있는 정도가 아닐까?
자, 그럼 이렇게 충분해보이는 회선이 왜 느린 걸까? 예상되는 범위는 1) 사용하던 앱이 예전보다 많이 무거워졌을 수 있다. 기기의 성능이 좋아짐에 따라 날림으로 개발되는 앱이 많아지고, 웹의 경우에도 캐싱 없이 무시무시하게 트래픽을 잡아먹는 곳들이 많으니까.. 그냥 개발자가 개판으로 휘갈긴 사이트들이 너무 많아졌다. 2) 인터넷은 항의하지 않는 고객에게는 점점 구린(?) 회선으로 바꾼다는 흉흉한 소문이 예전부터 있었는데.. 그건 아니겠지. 3) 와이파이 신호에 간섭이 많다. 옆집, 윗집, 아랫집. 등 아파트 구조상 영향을 받을만한 곳이 너무 많다. 4) 다른 어떤 문제가?
이 정도까지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인터넷 느린 건 잊고 살게 되었다. 사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다보니 집에서 와이파이를 켤 일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 잊고 살게 되더라.
# 이제는 문제를 풀어야 할 때
그러던 중 재택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동료에게 PC 네트워크를 열어줘야 하는 일이 생겼다. 정확히는 API 서버를 내 PC에 올리고 동료가 이쪽으로 트래픽을 흘려보내는 테스트가 필요했다. 네트워크 쪽으로 짬밥을 꽤 먹었던 지라 제일 먼저 떠오른 방법은 공유기에 포트 포워딩을 설정해서 내쪽으로 트래픽이 들어올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러기 위해서 공유기 설정을 열었는데... 웬걸? 외부 IP주소가 192.168.53.23... 이상하다? (아래 캡쳐의 빨간색 줄에 192.168.X.X가 있었다. 현재는 개선한 상태라 외부 IP 노출을 가렸다)
192.168.X.X 대역은 RFC1918에 정의된 사설 IP 대역이다. 당연히 외부 IP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일이지? 외부 IP가 나와야 이 주소를 동료에게 알려주고 접근시킬 수 있다. 포트 포워딩은 그다음의 일이다. 순간적으로 생각해보니 브로드밴드를 설치할 때 기계가 세 개나 있었다. 관심 없으면 들춰보지 않는 성격이라 설치해준 기계를 그대로 쌓아 놓았었는데 이번 기회에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 보통 집에 인터넷과 티비(SK의 경우 BTV)를 같이 사용하는 경우 아래와 같은 구조로 설치가 된다.
여기서 공유기는 인터넷 신청과 BTV 두 개를 커버하기 위해 회선을 분할해주기 위해 들어온다. 여기에 와이파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데 대략 저 공유기에 무선 기능을 활성화 시켜주는 구조이다. 와이파이 기능을 사용하려고 매달 내야 하는 돈을 생각하면 개인 공유기를 구매해서 사용하는 게 더 경제적이라 IT에 얕은 지식이라도 있는 가정집이라면 iptime을 구입해서 집안에 무선기기를 사용한다. 사실 예전에는 통신사에서 공유기를 설치해서 사용하면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던 시절도 있었다. 인터넷 회선 1개 요금을 냈는데 공유기를 통해 여러 회선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식이었다. 아무튼 공유기는 다음과 같이 PC 앞에 두게 된다. 회선이 이미 따져있으니 그대로 연결만 하면 되니까. 물론 랜선이 추가로 1개 더 필요한데.. 위에서 말했듯이 네트워크 짬밥을 좀 먹은 지라 집에 굴러다니는 게 랜선이다.
이제 천천히 다시 살펴보니 위에서 확인 했던 외부 IP (192.168.53.23)은 다름 아닌 공유기의 IP 다. 아차, 왜 이걸 못 봤지? 기기들을 천천히 살펴보고 나서 보니 공유기 밑에 공유기를 달아둔 꼴이다. 당연히 인터넷을 할 때 네트워크 홉이 하나 더 생기는 거고 고-오급 라우터도 아닌 것이라 통과될 때 온전한 성능도 보장을 못할 것인데. 그걸 두 단계나 두고 있었다니. 바로 공유기를 해체했고 사설 iptime을 밀어 넣었다.
혹시 노파심에 이야기하자면 기존에 있던 공유기의 네트워크 설정은 DHCP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래 물려있는 다른 기기들은 자동으로 IP를 할당받게 된다. 특별한 설정 없이 공유기를 바꿔치기 해도 아래 있는 기기들은 아무 문제없이 네트워크가 동작한다는 이야기이다. BTV는 당연히 위에 공유기가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알 필요도 없고. 이렇게 공유기를 변경하고 나서 인터넷 속도가 체감 상으로 두 배 이상 빨라졌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열리지도 않던 사이트가 열린다는 등의 큰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 네트워크 쪽에서 종사할 때 생각해보면 공유기가 달려있는지 여부를 찾아내는 기술도 있었고 어떤 방식으로든 통신사에서 내가 날린 사소한 변화를 감지 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집에 BTV전원이 일시적으로 끊겼다가 연결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네트워크 장애 리포팅이 올라오고 분석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평일이 되면 통신사에서 전화가 오려나? 아무튼 현재에 굉장히 만족한다.
허무하지만 오늘의 일기는 여기서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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