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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에 작성해뒀던 글. 묵혀두기엔 아까워서 어떤 생각으로 살았었는지 두고두고 꺼내보려고 블로그에 기재한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고, 지금과 내일도 다르겠지..


 

지금 몸 담고 있는 회사로 이직한 지 일 년 남짓 시간이 흘렀다. 정확히 일 년이 되는 시점에 회고를 쓰려고 마음먹었었는데 시간이 야속할 뿐이다. 현재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갖는 걱정과 두려움 모든 걸 끌어안고 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내용을 써보고자 한다. 여기서 말하는 스타트업은 다수의 투자를 받고 성장 궤도에 올라있는 회사를 지칭하지 않는다. 중소기업보다는 벤처에 가까운 회사가 되겠다. 이건 head of engineering라는 직책으로 프로덕트 팀을 이끌고 있는 내 이야기이다.

내가 합류한 회사는 이미 연혁이 3년 이상 된 상태고 바퀴벌레처럼 끈질기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상태였다. 사업 아이템은 이커머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합류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자유로움이 컸다. 엔젤 투자를 받게 돼서 회사 재정에 새로운 생명이 불어넣어진 상태였고 모든 게 새롭게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건물의 새로운 층을 계약하고 의자부터 책상, 모니터까지 우리가 원하는 모든 제품으로 회사 내부가 도배됐다. 건물은 강남에 있지만 협소한 크기라 월세가 생각보다 세지는 않다. 근무시간이나 분위기까지도 모두 재정비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더욱 스타트업 냄새가 물씬 풍겼다. 허리띠를 졸라맬 때는 졸라맸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이러쿵저러쿵 해도 결국 당시 CTO의 제안으로 입사를 결정하게 됐다.

일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연혁이 3년 이상 되다보니 서비스는 계속 돌고 있었다. 전형적인 LAMP(Linux, Apache, MySQL, PHP) 방식으로 운영되는 서버는 보안상 취약하기 이를 대가 없었다. 데이터베이스 설계도 엉망이고 이 소스코드의 출처마저 의심스러운 상황. 아마도 여러 명의 전임자들이 거치면서 점점 난독화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나도 추천으로 온 게 아니라면 진작에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 아무튼 이 서비스를 AWS 위에서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인공호흡기를 달아놓았다. 그리고 기존 코드로 타 국가 배포는 GCP위에 LB와 Cloud SQL까지 연동해서 scalable 하게 구성해 놨다.

인공호흡기로 서비스가 연명하는 동안 우리는 서둘러 2.0 서비스를 준비했다. 자바 기반으로 견고한 아키텍처를 설계하고 인프라에 가용성과 내구성을 신경 썼다. 현재는 다양한 기능을 명세하고 정의해서 API를 뽑아내고 있는 단계이고 10월이면 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모험이고 도전이다. 안정적인 기업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며 미래를 준비할 수도 있지만 불투명한 미래에 길을 만들면서 일을 하는게 스타트업이다. 대박이 날 수도 있고 쪽박이 날 수도 있다. 대부분 스톡옵션으로 대박의 길이 열리는데 아마 이런 케이스는 1% 미만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팀과 함께 도전하는 이유는 평범하다. 평범한 직장생활도 결국 순탄한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결론 때문이다.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결국은 도전이 필요한 게 인생이다. 

아마 일년정도 더 지나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테고, 그 이후에는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다시 순탄한 직장생활로 돌아가게 될까 아니면 또 어디선가 도전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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