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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좋은 리더란 무엇일까요?

Jaeyeon Baek 2020. 12. 19. 16:24

시중에는 리더와 관련된 서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도 리더와 관련된 글이 쏟아진다. 하지만 조직의 고유한 특성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케이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좋은 리더"를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번 글에서는 오롯이 내 경험을 토대로 좋은 리더란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해보고자 한다.




# 왜 갑자기 좋은 리더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재연 님, 좋은 리더란 무엇일까요?" 하는 질문을 받았다. 평소 생각으로는 내가 그동안 겪어온 리더를 바탕으로 대답을 했겠지만, 그날따라 유독 정확히 대답하지 못했다. 구성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 그것이 좋은 리더라고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더 깊이는 생각을 못 해봤다. 무엇이 구성원을 위한 성장 발판일까? 지금 와서 보면 구성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발판은 너무 광범위해서 좋은 답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그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지까지 대답을 해야 했었다. 엔지니어의 지식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 볼 수 있는 여건, 비용 걱정 없이 클라우드에 화려한 아키텍처를 그려볼 수 있도록 서포트 등이 있겠지만 과연 이런 게 좋은 리더의 조건(요소)일까?

# 좋은 리더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를 정의해보자. 좋은 리더는 우선 구성원을 잘 관리해야 한다. 관리란 무엇인가? 결국 구성원이 회사를 만족하고 다닐 수 있도록 개인 또는 회사의 환경을 개선/유지해 주는 것이다. 아래는 우선순위 없이 비슷한 무게로 모두 중요하다.

- 구성원의 R&R을 명확하게 구분해 준다.
- 구성원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 구성원에게 context-switching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파제가 되어 준다.
- 인정과 보상을 보장한다.
- 회사, 혹은 프로덕트에 방향과 비전을 수시로 공유한다.
- 좋은 동료를 채용한다

피플 매니징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여기서는 다루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루는 편차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자, 그럼 위에서 이야기한 항목에 대해서 상세하게 풀어보자.


# 구성원의 R&R을 명확하게 구분해 준다

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구성원의 R&R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곳이 허다하다. 가령 예를 들어 백엔드 개발자를 프런트 개발에 투입한다거나 하는 일은 극히 드물겠지만, 오늘은 A 프로덕트 개발, 내일은 인프라, 다음날은 B 프로덕트 개발, 그다음 날은 데이터 추출...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않나? 물론 회사에 개발자가 1~2명이라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부디 좋은 처우를 받으면서 재직하고 있기를 바란다. 나중에 남는 건 풀스택 엔지니어라는 허상뿐 (...), 어쩌면 정신승리일지도 모르고. R&R 구분은 구성원이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근간이 된다. 뒤쪽에 이어지는 구성원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context-switching 모두 같은 이야기다. 개발자가 부족하고 환경이 어려울수록 리더가 잡다한 일(?)을 많이 처리해야 한다. 어쩌면 희생이지만 구성원에게는 좋은 리더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회사를 위하는 방향이기도 하고. 리더 개인의 성장과는 또 다른 이야기다.

# 구성원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구성원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다. 물리적인 환경, 개인적인 문제, 사내 정치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구성원이 오롯이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건 리더의 몫이다. 물리적인 환경이 문제라면, 가령 자리 위에 있는 전등이 문제라던가, 공간을 쾌적하게 만들기 위해 설치한 방향제가 문제라던가 PC에 설치된 사내 프로그램이 말썽이라던가. 다 해결해줘야 한다. 해당 업무를 처리하는 담당자가 따로 있겠지만 구성원이 "이럴 때 누구한테 이야기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 제일 먼저 리더가 떠올라야 한다. 리더는 그 일을 다른 쪽으로 포워딩시켜주는 게이트웨이 같은 존재이다. 물론 구성원이 직접 담당자(예를 들면 지원팀)에게 문의하거나 해결을 요청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핑퐁(상황 설명, 개선되는 시점, 해결 방법 등)을 리더는 없애줄 수 있다. 더욱이 비슷한 문제가 다른 구성원에게 재차 발생한다면 리더는 빠르게 대처해줄 수 있게 된다. - 작은 기업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어느정도 규모를 갖춘 회사의 경우 명확하게 담당자가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이 없다.


# context-switching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파제가 되어 준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부분이다. 약 2주간의 일정으로 어떤 모듈을 개발하기로 했다. 4일 정도 흐른 시점에 다른 팀에서 데이터웨어 하우스가 급하게 구축되어야 한단다. 급하다고 하니 데이터웨어 하우스를 며칠 동안 구축해줬다. 그리고 다시 원래 하던 모듈 개발을 시작한다. context가 개발에서 데이터/인프라로 바뀌었다가 다시 개발로 돌아왔기 때문에 어디까지 개발을 했었는지, 앞뒤 로직을 다시 꼼꼼히 살펴야 한다. 어쩌면 git stash로 정리해놓은 걸 다시 꺼내와야 하는지도, 혹은 중간에 어정쩡하게 branch에 커밋해놓지는 않았는지. 어쩌면 이 상황은 그나마 다행. python으로 모듈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java 모듈 개발로 긴급 투입되었다가 다시 돌아오면 language에서 오는 context-switching까지 발생한다. 당연히 리더는 다른 쪽에서 급하게 들어오는 일에 대해서 조율을 해줘야 한다. 필요하다면 전체적인 일정까지 조정해야 한다. 회사 전사적으로 급한 부분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리더는 그런 일을 최대한 막아줘야 한다. 그런 걸 조율 하라고 앉아있는 자리기도 하다.

# 인정과 보상을 보장한다

흔히 구성원이 갈려서 결과물이 나온다"라는 말이 있는데 직원의 워라밸(Work Life Balance)은 중요하다. 본인 역량을 얼마큼 발휘해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루에 10개의 일을 할 수 있는 직원이 5~7개만 하고 있다면 문제고, 13개를 처리하고 있다면 업무 과중이 있지는 않은지 파악해야 한다. 리더로써 중요한 건 이 직원이 10개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기준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본인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서 일을 처리하고 있다면 당연히 인정과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인사평가, 상여금, 휴가 등 어떤 수단으로든 말이다. 이런 것들에 관심 없이 그저 일감을 구성원에게 포워딩하고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면 비둘기 리더(일감을 물어와서 전달만 하는)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심리가 있다. 잘 처리된 업무는 널리 퍼지도록 칭찬해야 한다. 못하는 직원은 독려하고 때론 채찍질해야겠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 효율은 잘하는 직원을 칭찬하는 것이다. (경쟁 과잉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완급 조절이 중요한 포인트다)


# 회사, 혹은 프로덕트에 방향과 비전을 수시로 공유한다.

구성원은 외주가 아니다. 같은 울타리에 있는 조직원으로서 우리 회사의 비전이 무엇인지, 내가 지금 만들고 있는 혹은 기여하고 있는 이 프로덕트의 방향이 어디인지 충분히 공감하고 얼라인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구성원은 금방 지쳐간다. 또는 전체 그림을 볼 수 없으니 잘못된 레고 조각을 만들고 나중에 조립하는 시점에 여러 사람이 혹사당하기 일쑤다. 이쪽 주제는 자칫 잘못하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와 맞물릴 수 있는데 주인의식과는 조금 다르다. 주인의식과 상관없이 구성원이 프로덕트에 물아일체 될 수 있도록 서포트 해야 한다.


# 좋은 동료를 채용한다

조직 생활에서 동료는 매우 중요하다. 때때로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채용 공고에서 “좋은 동료”가 복지로 표시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프로들끼리 일하는 공간에서 능력/책임감/소통 등 어느 것 하나 떨어지면 누군가는 고통받는다. Amazon Web Service는 채용에 bar라는 기준을 둔다고 한다. 조직 구성원의 평균보다 높은 능력의 사람을 채용한다는 거다. 굉장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회사는 급하다, 잘 안 뽑힌다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채용 기준을 낮춘다. 그럼 결국 고통받는 건 내부 구성원들이다. 구성원에게 우수한 동료를 붙여주는 게 장기적으로 옳다.


# 마무리


이 글은 중간관리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작성했다. 최고 의사결정권자 위치의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직책을 갖는 사람은 리더를 위한 리더를 고민해야 한다. 사실 이 글의 제목은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했으니 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지. 다음 글에서는 반대로 좋은 구성원에 대해서 작성해볼 생각이다. 일부분은 회사에 필요한 인재 글과 겹치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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