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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회사를 거치며 서비스를 론칭&운영해보니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개발팀에 필요한 인재상이 무엇인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글에서는 개발자 인재상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여기 제시되는 모든 덕목을 갖춘 사람도 있고, 일부분만 해당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 이상은 필수 조건으로 꼭 해당이 되어야겠다. 참고로 글은 생각나는 대로 작성했기 때문에 나열된 순서가 우선순위(중요도)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글을 읽고 본인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보면 좋다.
# 다방면으로 얕지만 넓게 아는 사람
그야말로 여러 분야에서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다. 본인의 업무를 제외하더라도 아는게 많아서 여기저기 도움을 주는 인재상. 예를 들어 프런트 개발자가 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지식이 있어서 본인이 개발한 페이지의 URL 주소가 브라우저에 입력되면 어떻게 인프라까지 전달되는지 그 과정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 이 예시는 요즘은 흔해진 내용이긴 하지만 관심 없는 여전히 사람이 많다. 다른 예시를 들어보자. 회사에서 어느 날 갑자기 비디오 관련된 피쳐를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왔고 개발팀은 어디서부터 무엇을 검색해야 할지 고민. 이때 코덱에 대한 지식이 있어서 혜성 같은 도움을 주는 사람. 이 부류의 사람들은 서비스 장애 상황에서 특히 능력을 발휘한다.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모호한 상황에서 답을 유추하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다. 많은 분야에 대해 넓게 알고 있어서 장애 상황에서 숲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런 사람들의 주된 특징은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한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언어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데 오히려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 특정 분야에 깊은 내공이 있는 사람
특정 언어나 기술에 깊은 내공이 있는 사람이다. 예를 들면 프로그래밍 언어의 끝판왕, 혹은 커널에 딥다이브가 가능한 사람, 인프라 아키텍처에 혜안이 있는 사람 등이 있을 수 있다. 모든 개발자가 여기 레벨에 도달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노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뛰어난 재능과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테크니컬 리더나 CTO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요즘처럼 기술회사가 아니면 성공하는 게 바늘구멍처럼 좁은 세상에는 필수로 존재해야 하는 사람이겠다. 많은 회사가 어떻게든 CTO를 모시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기술 리더는 이미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었기 때문에 주변을 둘러보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준비가 된 사람이다. 또한 조직의 기술적 성장을 이끌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더 많은 것을 시도할 수 있게 기회를 얻게 된다. 한편 이런 사람을 채용하려고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운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사람을 검증할 수 없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CTO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짜도 업계에 많은 것이 사실이다.
# 업무를 맡겨두면 두 번 손이 안 가는 사람
업무를 한번 지시하면 여러 번 핑퐁 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윗사람의 마음에 쏙 들게 처리하는 사람이 있다. 가령 예를 들어 업무가 "라면을 끓여달라"는 내용이었다고 치자. 일못러(일 못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 질문을 단계마다 한다. "면을 먼저 넣을까요? 스프를 먼저 넣을까요?" 답변을 듣고는 며칠 후 다시 질문한다. "끓을 때 넣을까요? 바로 넣을까요?" 그리고 또 "면을 반으로 부숴서 넣을까요? 아니면 통으로 넣을까요?", "다 끓였는데 2개 끓일 걸 그랬나요?" 등등. 예시가 너무 극단적이지만 애초에 지시할 때 "라면 1개만 끓여달라. 물이 끓기 전에 스프먼저 넣고 끓기 시작하면 면을 부수지 말고 넣어달라. 하지만 나중에 확장성을 고려해서 냄비 크기는 5개까지는 끓일 수 있는 크기로 해달라"처럼 되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을 제어하는 매니저로서는 "척하면 척"인 사람이 더 선호된다. 그리고 사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머릿속에 정리하고 있을 뿐이지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처리해야겠다는 내용은 실무 담당자가 제일 잘 안다.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은 부정확한 지시를 받는다면 "면을 먼저 넣을지, 스프를 먼저 넣을지 생각해봤는데 면을 먼저 넣으면 구시렁구시렁 같은 장점이 있고, 스프를 먼저 넣으면 구시렁구시렁 같은 장점이 있다. 각각 장점이 있지만 나는 스프를 먼저 넣었을 때의 장점이 이런저런 이유로 더 좋을 것 같다. 결정해달라"처럼 무턱대고 결정을 바라는 게 아니라 일에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사한 내용을 기반으로 리포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런 내용은 사실 본인의 값어치를 높게 평가받게 해준다. 이건 절대 사소한 내용이 아니다.
# why? 라는 호기심이 있는 사람
위의 예제를 이어서 가보자. "라면 1개만 끓여달라. 확장성을 고려해서 라면 5개까지 넣을 수 있는 냄비로 시작을 해라"라는 일감을 받았을 때 "왜 5개까지 가능해야 합니까? 우리 집안 형편으로 봤을 때는 현재 3개면 충분한데요. 그리고 요즘은 라면 말고 짜파게티가 먹는 사람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잘못 해석하면 이건 일감에 대한 딴지, 혹은 태클처럼 보이지만 이 사람은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업무에 주인의식이 있기 때문인데 주어진 일감을 로봇처럼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왜 이 일감을 진행해야 하는지, 그리고 더욱 나은 결정은 없었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리더, 혹은 회사가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서포트한다. 반대로 예스맨이 회사에 얼마나 위험한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는데 탁월한 사람
구글은 단순한 업무 처리도 박사급으로 채용해서 시킨다는 유머가 있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면, 박사급으로 채용해서 일을 시켜 놓으면 단순한 업무를 어떻게든 자동화시켜버리고 여유를 즐긴다는 거다. 꽤 웃긴 이야기지만 사실 당연한 내용이다. 단순하고 루틴한 업무는 빨리빨리 자동화시켜버리는 게 좋다. 당장은 자동화를 위한 시간 투자가 있겠지만 멀리 내다보시라. 자동화로 인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고 더 의미 있는 일을 찾아 나설 수 있게 된다. 결국 자동화는 회사 전체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비록 작고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내용이지만 넓게 볼 줄 아는 리더에게 이 사람은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분명 이런 사람은 인프라를 구축할 때도 모든 내용을 스크립트로 해결할 것이다. 그리고 조직 구성원 누구나 스크립트 실행만으로 동일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반대로 어떤 업무를 밥그릇이라고 생각하고 나만 할 수 있는 무언가로 만드는 사람은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 투명한 공유가 중요하다.
# 공유를 즐기는 사람
내 지식과 업무, 장애 상황 등에 대한 공유가 탁월한 사람이다. 조직의 평균 능력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전파하는 지식전파 활동은 회사 입장에서는 매우 고마운 일이다. 무료로 조직 구성원을 교육해주니 말이다. 또한 본인 업무의 투명한 공유로 누구나 백업할 수 있게 해두기 때문에 휴가와 같은 부재 시에 말썽이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본인 업무 과실 등으로 장애가 발생했어도 숨김이 없다. 이 부분은 많은 사람이 갖춰야 하는 덕목인데 덮어두고 나중에 확인되면 문제 되는 일들이 분명히 있다. 실수로 인해 당장 본인의 실력이 저평가 될까 봐, 혹은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될까 봐 생기는 두려움은 나중에 더 큰 화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공유를 즐기는 사람은 대부분 일잘러가 많다. 일을 잘 못 하는 사람일수록 업무에 숨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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