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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개발팀에 독약 같은 사람

Jaeyeon Baek 2020. 10. 8. 23:45

이전 글에서 요즘 개발팀에 필요한 인재상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작성했다. 이번에는 그 반대로 개발팀에 절대 존재해서는 안 되는 독약 같은 사람에 대한 글을 써보고자 한다. 조직을 서서히 붕괴시키는 힘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을 알아보자. 다소 불편한 글이 될 수 있지만, 우리 조직 내에 이런 사람이 없는지 잘 살펴보기를 바란다. 당신 주변에도 분명히 있다. 

 


 

# 기술이 얕은 사람

말해 뭐하겠는가. 개발자인데 CS에 대한 기초가 없고 알고리즘은 물론이고 개발 철학도 없다. 네트워크 이야기가 한참인데 기술적인 용어를 중간중간 못 알아듣는다거나. In-Memory DB에 데이터 적재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특징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대화에 참전하는 사람.
배경지식으로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내용을 모르고 있다면 반성해야 하는 사람은 당사자 말고 또 있다. 면접에서 그런 사람을 거르지 못한 면접관. 하지만 어쩌겠는가. 여전히 여러 회사에 낙하산 채용이 존재하고 운7기3(運七技三)이라는 말처럼 면접을 통과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아무튼, 회사는 사람을 성장시키는 곳이 아니라 프로들끼리 일하는 공간이다. 간혹 회사를 통해 성장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홀려서 “회사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게 뭐 어때서?”라는 사람들 여럿 봤는데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거다. 회사는 밑바닥인 사람이 성장하는 곳이 아니라 이미 기술적으로 성숙해 있는 (혹은 그 기반이 갖춰진) 사람이 더욱 성장하는 곳이다. 밑도 끝도 없이 “회사=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반성하시길. 회사 측면에서 이런 사람은 돈 줘서 빨리 내보내야 한다.

 

# 서비스 이해도가 얕은 사람

조직에서 만드는 서비스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정말 큰 문제다. 그나마 자기가 맡은 역할이나 미션을 완벽하게 처리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 하지만 회사의 사정에 따라 개인의 역할이나 조직의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프로덕트의 일부를 제외하곤 관심이 없는 사람은 이런 경우 적응이 어렵다. 문제가 꽤 크다는 이야기. 물론 프로덕트의 크기가 어마어마하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지만 요즘 출시되는 앱 서비스 기준으로 보면 관심의 문제다. 재미있는 사실은 보통 이렇게 본인 파트 말고 관심이 없는 사람은 책임감도 떨어진다. 본인이 만들고 있는 모듈과 엮이는 다른 파트에 관심이 없다. 심지어 본인이 만든 모듈도 테스트 없이 내보내는데. 세상 말세다.

 

# 기술보다 입이 더 편한 사람

타이틀을 한참 고민했다. 입으로 개발하는 사람, 정치하는 사람, 일을 벌여놓고 정작 쏙 빠지는 사람 등. 스타트업 이야기가 아니다. 대기업에도 이런 사람은 꼭 있다. 이런 사람 여럿과 일을 해봤고 하물며 이런 부류의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사람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적도 있다. 노답이다. 조직 전체를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특히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데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먼저 신기술을 알아서 동료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 사실 딱히 조직에 필요한 기술도 아니다. “척”에 능통하다. 어느 순간 자신의 밑천이 드러나면 조직이 문제인 것처럼 말하고 훌훌 떠나버린다. 재밌는 건 이런 사람이 취직도 잘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도 쉽게 속이는데 면접관을 짧은 시간 속이는 것쯤이야. 이런 사람을 구분하고 싶다고? 여기 리누스 토발스의 명언이 있다. “말은 쉽지. 코드를 보여줘(Talk is cheap. Show me the code)”.

 

# 정치하는 사람

혹자는 회사에 정치는 꼭 필요하다고 한다. 정치하지 않고 가만있는 사람이 바보가 되기도 한다. 아무튼 작은 회사부터 규모가 큰 회사까지 정치가 시작되면 파벌이 생기고 힘의 균형이 있다면 싸움에서 진 쪽이 우르르 퇴사하고, 균형이 맞지 않아도 우르르 퇴사한다 (이렇든 저렇든 결국은 우르르 퇴사한다). 후자는 쫓겨나다시피 퇴사하는 케이스가 되겠다. 정치에 뛰어난 사람은 말 전하는 걸 좋아하고 뒷말에 능통하다. 누가 이랬다더라. 저랬다더라. 하물며 대표가 요즘 이상하더라 등. 이 부류의 사람들도 재밌는 게 정치로 끈끈해진 사람은 있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결국 남이다. 언제 같은 편이었느냐는 듯. 서로의 길을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말을 전하고 있다. “전 회사에 이런 사람이 있었는데 블라블라...” 네버엔딩스토리. 혹시 귀가 간지럽지 않으신가? 당신 이야기가 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부류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은 윗사람한테 굉장히 잘한다. 뭘? 사바사바를.

 

# 장애를 덮는 사람

장애가 발생했다. 그런데 나만 입 다물면 당장 아무도 모른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답은 장애가 터지기 전부터 정해져 있다. 모든 상황은 주변 동료들에게 실시간으로 공유가 되어야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잠재적인 문제가 추가로 터질 수도 있고 의외로 누군가 쉽게 해결해줄 수도 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처럼 가벼운 장애를 덮는 사람은 나중에 결국 큰 사고를 치고 덮는다. 데이터베이스를 날려버리는 사고를 쳤더라도 빠르게 사태를 공유해야 한다. 머리를 맞대면 답이 나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사이버 환경 어딘가에는 분명 흔적이 남아있다. 이런데도 장애를 덮는 버릇이 있는 사람은 일단 의심하라. 공유와 보고는 매우 좋은 습관인데 이걸 소홀히 하는 사람은 조직에 큰 화를 불러올 사람이다. 재밌는 건 보통 이런 사람이 커뮤니티 능력도 떨어진다. 반대로 말하면 커뮤니티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본업보다 외부활동에 더 집중하는 사람

이걸 어쩌나 싶다. 회사 일과 외부 활동의 밸런스가 무너진 경우인데 쉽게 말하면 일은 안 하고 오픈소스 활동이나 발표하러 다니는 둥 커뮤니티 활동에 목매는 사람이다. SNS 활동도 굉장해서 외부에서 봤을 때는 잘 포장되어있다. 팔로워까지 상당수 있다. 정작 회사에서는 노답. 회사 일이 쌓여있는데 다 뒷전이고 콘퍼런스 준비에 열심히 다. 그나마 회사에서 이런 걸 밀어주면 차라리 잘된 일일 텐데 조직적으로 봤을 때 이게 과연 좋은 상황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동료는 바깥 활동을 회사의 지지를 받으며 명성을 쌓고 있는데 누군가는 오늘도 버그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회사가 외부에 홍보되는 거니 결국 서로 좋은 게 아니냐고 한다. 웃기는 소리 같다. 과연 회사와 개인이 얻는 이득. 어느 쪽이 클까? 아무튼, 회사에 속해서 월급을 받는 입장이라면 본업에 충실해야 하는 게 맞다. 외부활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절대 외부활동 자체가 부정적으로 보이는 일은 없기를. 본업에 퍼펙트한데 외부 활동까지 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굉장한 사람이다.

 

# 마치며

위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아니다. 실제로 직장생활을 하며 보고 듣고 부딪힌 사람들이다. 썩 좋은 내용을 다룬 글이 아니라 쓰면서도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사람 보는 눈이 조금이라도 넓어졌다면 한없이 기쁘겠다. 부디 좋은 동료를 채용하고 긴 직장생활 행복하게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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