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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때문에 빗소리가 우렁찬 밤에 위대한 역사를 읽어내려갔다. 속독했다고는 하지만 주말 한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한빛미디어에서 내놓은 유닉스의 탄생이 바로 그 원인이다. 십수년간 IT 업계에서 커널 개발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백엔드 개발, 인프라와 보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NIX가 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인 관심으로 *NIX 관련해서 여러 문헌을 읽었지만, 이 책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모든 관심사의 종합 본이다.
저자인 브라이언 커니핸은 30년 동안 벨 연구소의 컴퓨팅 과학 연구 센터에서 일했는데 그가 지켜본 역사를 이 책에 녹여냈다. 어쩌면 자서전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책이지만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역사에 소름이 끼칠 지경. 그의 과거 행적을 현재의 내가 누리고 있다. 근래에 한빛미디어에서 출간되는 책으로는 보기 드물게 용지의 질이 떨어지는데 (게다가 흑백) 이 책은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오히려 책 냄새조차 향기로 느껴지고, 카페 한쪽에 비치되어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듯한 비주얼. 책의 주제와 내용, 그리고 용지. 삼박자가 절묘하게 어우러져서 더할 나위 없다.
내용은 역사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특히 유닉스의 여러 가지 명령어 개발의 뒷이야기가 너무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어쩌면 잊고 있었던 퍼즐 조각까지 다시 맞춰지는 기분이랄까. 예를 들면 Bash(Bourne-again shell)의 어원 같은 걸 외우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특히 첫 직장생활을 Kernel Programming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C 언어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다. 메모리 할당에 대한 역사적인 이야기라니. 두근두근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지. 거기에 번역도 깔끔하다. 번역서라는 느낌을 책장을 덮을 때까지 한 번도 느끼지 못했을 지경이다. 그동안 리뷰한 책에 대해서 굳이 내용에 별점을 추가하지는 않았는데 이 책은 10점 만점에 10점. 최고다.
현대를 살아가는 개발자에게 서버는 서버요, 클라우드는 클라우드일지라도 자신이 다루고 있는 인프라에 대한 역사적인 내용까지 알아간다면 일하는 즐거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까지 붙이면 과장되지만 우리가 하는 프로그래밍의 근간이 되는 역사를 교양쯤으로 생각한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개발지식이 없더라도 어렵지 않게 읽힐 것이다. 이 책의 향기에 빠져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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