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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OTT의 아쉬움 ( feat. 넷플릭스 )

Jaeyeon Baek 2021. 11. 26. 00:45

쏟아지는 OTT. 사용자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이번 글에서는 한국에서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는 OTT(over-the-top media service: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의 아쉬운 점을 넷플릭스와 비교해서 알아보도록 한다. OTT 선택지는 2021년 현재 정말 많아졌다. 군웅할거(群雄割據)라고 하기에는 사용자가 한 개의 서비스만 이용하지는 않는다. 마치 소셜 커머스를 여러 개 이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 그럼 사용자의 선택지는 넷플릭스를 필두로 마블 코믹스를 끼고 있는 디즈니 플러스, 그리고 국내에는 왓챠, 웨이브, 티빙, 쿠팡 플레이 등. 이 외에도 정말 많다. 아마 OTT를 결제해서 보는 사람은 최소 두 개 이상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을 거다. 굳이 여러 개를 결제해서 보는 이유는 서로 제공하는 콘텐츠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겠다. 오롯이 특정 OTT에서만 이용 가능한 콘텐츠가 있다면 서비스의 불편함 정도는 일부 눈감아줄 수 있기는 하겠지만... 에잇,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불편한 건 일단 언급을 해야겠다. 콘텐츠 믿고 버텼다가 나중에 무슨 낭패를 볼지 모르잖나. 넷플릭스와 비교해서 다른 국내 OTT의 무엇이 아쉬운지 여기 나열해보도록 한다.


 


# iOS PIP 백그라운드 재생

iOS에서 PIP 지원하지 않는다(혹은 쾌적하지 못하다 = 버그가 많다). 소파, 침대처럼 편한 공간에서 팝콘 먹으며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절은 지났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에서 대부분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나로서는 백그라운 재생이 안 되는 OTT는 최악이다. 특히 영상이 지루한 부분(액션이 위주인 드라마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로맨스 장면이라던가)에 도달했을 때 PIP(Picture in Picture) 백그라운드로 영상을 재생시켜두고 facebook 같은 SNS 둘러보는 등 여유를 갖는 편이다. 전형적인 한국사람 아닌가.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한편 PIP가 제공되지 않는 OTT는 꾹 참고 봐야 한다. 아, 물론 "15초 뒤로 감기" 기능은 대부분 존재하지만 그 막간에도 중요한 단서를 지나칠 수 있으니까 좋은 해결책은 아니겠다.

 

# 빨리 감기 혹은 되감기

10초 뒤로, 15초 뒤로 같은 버튼은 아마도 모든 서비스가 제공할 거다.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그걸 구현해내기 위해 영상 파일이 어떤 식으로 저장되어 있으며 클라이언트는 또 어떻게 파일을 불러오고 있는지 등, 아키텍처는 하늘과 땅의 차이를 이룬다. 무슨 소리냐고? 빨리 감기, 되감기 버튼을 연타로 눌렀을 때 버퍼링 때문에 혹시 답답한 느낌을 받은 적은 없나? 혹자는 "에이, 그 정도 딜레이 갖고 뭘 그래?"라고 이야기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소비자는 눈 깜빡하는 시간(100ms~150ms) 동안 반응하지 못하는 경우 "느리다"라고 판단한다. 

 

# 넷플릭스는 자막 기능 있다

이어폰을 끼지 않고 볼륨을 줄여 조용히 시청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보통 내 경우에는 아이를 재워두고 옆에서 영상을 보고 있을 때가 그렇다. 이때 자막은 매우 유용하다. 또 다른 상황으로는 볼륨을 키워도 연기하는 배우의 발성이 좋지 않거나 씬 자체가 대사를 씹어먹는 장면은 귀에 때려 박히지 가 않는다. 역시 이럴 때 자막이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스위트홈에서 괴물이 뭐라고 중얼거리는 건지.. 이건 당최 알아들을 수가 없다. 뭐 중요한 대사는 아니지만 이런 것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스위트홈은 넷플릭스에만 있는 콘텐츠지만 대충 이런 상황으로 이해하면 된다.  

 

# 다음화 자동 재생

이건 완벽하게 지원하는 OTT를 못 봤다. 그나마 넷플릭스가 오류가 가장 적은 걸로 보인다. 다음화 자동 재생이 옵션으로 제공되는 곳도 있는데 아무튼, 동작 여부에 오류가 잦다. 설거지하다가 자동으로 다음 화가 재생되지 않았을 때의 스트레스란(...) 고무장갑 벗기도 힘들다고요.

 

# 오프닝 건너뛰기

드라마의 경우 오프닝을 건너뛰는 건 필수다. 여러 편의 영상을 쭉 소비하는 경우 오프닝 영상을 몇 번이나 봐야 할까. 그냥 건너뛰기 한번 누르고 정확하게 본편이 들어가는 위치로 이동되는 기능은 드라마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에는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까

 

# ABS(Adaptive Bitrate Streaming)의 쾌적한 지원

ABS는 쉽게 말해 네트워크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동영상 화질이 조정되는 기술을 의미한다. 버스나 지하철처럼 빠르게 기지국이 바뀌거나 신호가 약해지는 구간이 잦을 때는 ABS는 필수다. 이게 지원되지 않으면 보통 다운로드 속도가 영상의 파편(HLS:HTTP Live Streaming) 크기를 못 따라가서 버퍼링이 생긴다. 분당선 미금-죽전 라인이 특히 심한데 이 구간만 오면 다른 OTT는 바보가 된다. 아 물론, 내 스마트폰이 조금 구식이라 요즘 나오는 기종보다 LTE 속도가 떨어지는 건 감안해야 한다. 여기서 드는 의문. K-OTT는 ABS를 지원하지 않는가? 아니다. (일부) 지원한다. 하지만 기술의 간극이 엄청나다.  

 

# 콘텐츠의 시간 표시에서 중요한 건 뭘까?

영상이 플레이되는 도중에 넷플릭스는 남은 시간이 표시된다. 한편 다른 OTT는 영상의 경과 시간과 전체 시간이 표시된다. 영상의 전체 시간이 중요한 순간은 콘텐츠가 시작되는 순간뿐이다. 한편 남은 시간은 영상을 시청하는 중간중간 때때로 중요하다. 이걸 사용자로 하여금 수시로 머릿속으로 계산하게 만드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을 언급했지만 분명 K-OTT 만의 장점도 있을 거다 (개인적으로는 찾지 못했지만). 그리고 나처럼 깐깐하게 OTT를 선택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며 단순히 콘텐츠가 필요해서 여러 개 가입해서 사용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일부 콘텐츠의 경계는 미래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니까 가장 큰 경쟁력이겠지. 예를 들면 마블 코믹스가 그럴 것이고 오리지널 콘텐츠가 있겠다. 하지만 그 외에 것들은? 그 경계가 무너진다면? K-OTT의 건승을 기원한다.

 

 


어쩌다 보니 그냥 무작정 까는 글이 된 것 같아서 아쉽다. 나도 개발자로서 사소해 보이는 기술 간극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큰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지 아주 잘 알고 있다. 한편, 본인은 4개의 OTT를 결제해서 사용하고 있다. 모든 서비스를 쾌적하게 이용하고 싶은 사용자의 욕심과 함께 국내 OTT도 글로벌 서비스와 견주어 밀리지 않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 몇 가지 휘갈겼다. 부디 내년에는 더 나은 서비스를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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