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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우리 사회를 강타하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배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아이들의 수업방식, 어른들의 근무 환경의 변화 등. 그중에서도 단연 온라인 근무제 시행이 눈에 띈다. 산업혁명 이후 하루 24시간 삼분지계(8시간 근로, 8시간 개인 시간, 8시간 취침)를 보면 근로 시간은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수치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의 1/3에 해당하는 근로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낼지는 많은 이들의 관심사이다. 그게 직원이든, 고용주든 상관없이 말이다. ( *고용주는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일을 시킬지 고민해야 하는 입장 ) 

온라인 근무제는 재택근무, 리모트 근무처럼 여러 가지 명칭으로 불린다. 상세하게 구분하자면 약간씩 차이는 있다. 재택(在宅: 집에서 회사의 업무를 보는 일) 근무는 근무지를 집으로 한정하고 리모트 근무는 원격이 가능한 어느 곳이든 근무지로 취급한다. 여하튼, 본문에서는 구분 없이 재택근무라는 명칭으로 글을 적는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읽어주시면 된다. ( *코로나 때문에 직원의 안녕을 걱정해서 재택근무가 시행되는 회사라면 직원은 카페, 독서실 등으로 업무 장소를 확대하면 안 된다. 동선을 가능하면 최소화시키려고 출퇴근길 없는 재택을 시행하는데 카페에서 근무라니! )

제조, 공장 컨베이어 라인과 다르게 IT는 오래전부터 재택근무가 가능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금융사처럼 망분리나 보안 취급 레벨 때문에 VPN 개입이 극심한 곳도 많지만 IT를 넓은 범주에서 바라보면 재택근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곳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알 수 있게 된다. 특히 서비스 회사의 경우 인프라가 클라우드 위에 구축되어 있다면 더더욱 재택이 안될 이유가 없다. 여기서 잠깐. 안될 이유가 없는 것과 재택근무를 효율적으로 잘 운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그럼 재택근무가 조직에 원활하게 잘 정책 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까? 개인적인 견해를 몇 가지 거론해보기로 한다.


 

# 임직원 간의 충분한 신뢰

임직원 상호 간의 신뢰는 몇 번을 언급해도 부족함이 없다. "아.. 나는 이렇게 쌔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쟤는 일 하고 있나?" "왜 메신저 답변이 없지?" "자리에 없나?" “왜 나만 대응하는 거지? 보고는 있나?” “나만 왜 일이 쌓여있는 느낌이지?” 이런 불신이 쌓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재택근무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자유다. 출퇴근 부담이 사라지고 복장부터 자유롭지 않나. 평균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자유는 그렇다고 치고 책임은 어떤가? 재밌는 건 “책임”에 대해 논하는 곳은 많지 않다. 오히려 “관리” 방법을 이야기한다. 준비되지 않은 채로 억지로 직원을 관리하려다 보니 불필요한 문서작성과 보고, 회의가 많아지게 된다. 효율적인 재택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책임이나 관리를 논하기 전에 재택 시에 서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제도나 방법을 고민하는 게 맞다. 그게 아니라면 신뢰가 없어도 프로페셔널하게 일할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무슨 환경이냐고? 성과 측정에 대한 이야기다.

 

# 성과 측정이 가능한 환경

재택 문화가 건강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개인의 성과를 정확하게 측정 가능한 환경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런 회사는 직원의 업무 시간을 구속하지 않는다. 운영 대응 인력이야 어느 정도 시간 준수가 필요하겠지만 이마저도 온콜(on-call) 당직이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유롭다. 근태를 코어 근무시간만 규제하는 곳도 있다. 

성과 측정 프로세스는 대충 이렇다. 개인은 정해진 기간 내에 task A, task B를 처리하기로 협의를 한다. 그리고 진행하면 된다. 기간 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그건 본인 책임. 주어진 기간이 7일인데 이틀 만에 끝났으면 나머지는 자유롭게 보내도 된다. 물론 다음 일(아마도 스프린트), 혹은 그 외 task C, task D까지 처리해도 된다. 이때는 인정과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심플해 보이지만 이 과정은 굉장히 어렵다. 정확하게 개인의 역량을 측정해서 일을 분배해야 하고 기간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은 본인의 역량을 숨김없이 PM, PO와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 "이거 일 언제까지 해주세요"의 답이 "네 알겠습니다" 혹은 "이틀은 더 있어야 돼요" 뭉뚱그려서 이런 식이면 안된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이거 일 언제까지 해주세요" 이 첫 단추부터 문제다. 

업무 협의 단계인데 “언제까지 해주세요” “언제까지 되죠?”는 막무가내 진행 방식이다. 제대로 된 조직/관리자라면 일을 아주 작은 단위까지 잘라서 산술적으로 소요될 시간을 실무자와 함께 예측하고 협의해야 한다. 일반적인 회사는 이게 잘 안된다. 일단 갈아 넣고 보자는 식도 많고 개인의 역량보다는 막연하게 "대충 네 연차면 이 정도는 이렇게 해야 돼"가 깔려버린다. 연차가 같더라고 역량이 다르고 하물며 연봉도 다른데 말이다. 아무튼, 성과 측정이 정확히 되려면 결국 업무 협의 단계부터 철저히 잘 진행돼야 한다. 이래서 PM은 극한직업인 거다. 정말 일잘러 PM은 업계에서 귀한 대접받으신다. 혹시 널널해보이는 PM을 봤다면 날로 먹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그게 아니라면 여러 직책(PO, TL, PL..)을 품고 있어서 멀티플레이 하지 못하는 상황이거나.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이전에 그랬던 경험이 있다... PM에게도, 실무자에게도 모두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회사 입장에서 마이너스인 건 두 번 말하면 입 아플 지경. 

다음은 보너스 섹션이다. 절반은 웃자고 하는 이야기니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 회사에 자금이 충분하다

월급 루팡 몇 명쯤 눈감아줄 수 있을 만큼 자금이 충분하다면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신뢰가 부족하거나 성과 측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님에도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곳이 많다. 그 무엇보다 직원의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코로나 대응책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경우이다. 당연히 아닌 곳도 많다. 콕 집어서 이런 시국에 재택을 시행하지 않은 기업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험과 주변을 살펴보면 보통 회사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회사가 오프라인 근무를 계속 고집하더라.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회사 내 부서별 특성이나 이해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프라인 근무를 하는 곳도 많겠지만 여기서는 살짝 빼도록 한다.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 )

그럼 일단 재택을 시행하는 곳은 현금 흐름이 어느 정도 안정적이라는 이야기인데, 월급 루팡을 눈감아주고도 어떻게 실적/성장이 가능하냐고? 그런 사람(루팡) 몇 명 있어도 회사가 잘 굴러가기 때문이다. 보통 회사는 (개인적인 견해) 상위 N%의 인력이 멱살 잡고 끌고 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인원들은 재택이던 회사던 어차피 *일잘러*다. 반면.. 반대쪽 그룹은 환경이 어디던 적당히 몸을 사리며 시대에 맞춰 흘러가는 오대수다. 오대수? “오늘도 대충 수습하면서 살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재택이던 아니던 성과를 못 내는 사람 때문에 재택을 못할 이유는 없다. 이게 감시한다고 감시되는 게 아니거든. 위에서 언급한 성과 측정에 대한 이야기가 재택 시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과가 잘 나오는 사람들에게 맞춰주는 게 맞다. 눈에 안보이거든 감시가 안된다고 불안해하지 마라. 하류를 보지 말고 상류를 봐야 한다. 근데 어디 그게 쉽나. 그러려면 회사에 돈이 많아야 한다. :/

돈이 많으면 재택이 가능하고 재택을 하면 놀랍게도 인재가 알아서 찾아 들어올 것이다. 재택이 먼저인지, 돈이 먼저인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정도의 차이고 핵심은 인재가 찾아온다는 거다(구인이 쉬워진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요즘 재택근무는 기업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복지거든!

# 재택근무는 복지?

아니, 재택근무 꼭 해야 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미 많은 근로자가 재택근무를 매우 높은 수준의 복지로 생각하고 있다. 나는 풀 재택근무 조건은 연봉 일천만 원과 견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복지포인트, 혹은 pi(Productivity Incentive) 몇백만 원보다 훨-씬 낫다는 거다.

“실제 미 직장인들의 대표 플랫폼인 블라인드가 최근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45개 대기업 직원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구 재택근무와 연봉 3만 달러(약 3300만 원) 수준의 급여 인상 중 어떤 것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64%가 재택근무를 택했다.”
-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854006629081720&mediaCodeNo=257

 

미국 거주비용이 말도 안 되게 비싸고 투표한 회사(faang)에 재직하는 직원에게 연봉 3만 달러의 값어치가 어느 정도인지 생각해봤을 때 한국에서는 천만 원 정도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보통 기업을 재직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말이다.

 


 

 

풀리모트 근무를 위한 법적인 조건, 투자자와의 협의 등 실제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허들은 일체 배제했다. 이 글은 슬기로운 재택생활의 조건이니까. 그리고 본문 내용 이외에도 여러 가지 추가적인 조건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인 견해는 여기까지이다. 재택근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효율이 좋다는 사람부터 그렇지 않다는 사람도 많다. 내가 현재 속해있는 조직은 펜데믹 상황에서 확진자가 폭발하는 대유행 시점에는 항상 수개월씩 풀 재택을 해왔다. 심지어 나는 회사를 출근한 날보다 출근하지 않은 날(재택)이 더 많다. 펜데믹 상황이 종료되면 다시 오프라인 근무로 돌아가겠지만 월 2회 조건 없이 재택을 사용할 수 있는 복지가 있다. 풀재택은 아니지만 이게 어딘가! 가끔 출퇴근 지옥철을 겪고 싶지 않은 날 유용하다. 아무튼, 이렇게 직원의 건강과 안녕을 걱정해주는 근무 환경에서 대용량 데이터 수집을 위한 수백 개의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 인프라 구축과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가공, 적재하는 파이프라인을 함께 만들어가실 분은 편하게 연락 부탁드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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