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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장에 대한 짧은 단상

Jaeyeon Baek 2021. 7. 8. 20:51

https://unsplash.com/photos/4hbJ-eymZ1o

IT 엔지니어로 살면서 성장이라는 키워드는 늘 곁에 있었다. 내게 기술적 성장이 필요했던 이유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갈구해야 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이 업계에서 오래 버티기 힘들다. 더 중요한 건 개발 자체가 재밌었기 때문이다. 재밌는걸 더 잘하려면 성장이 답이었던 거고.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연차가 쌓일수록 성장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아래는 이와 관련된 짧은 생각이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고 오프라인에서 다른 사람들과 편하게 의견 나눌 수 있는 날을 고대한다.




"성장을 강요하지 마세요" 어느 커뮤니티에서 본 문장이다. 요즘 Z세대의 친구들에게 성장을 강요하지 말란다. 그냥 일을 주고 관련해서만 프로답게 커뮤니케이션하면 된단다. 그렇다고 여기 부류의 친구들이 일을 못하는 건 아니다. 일은 기가 막히게 하지만 수동적인 모습이랄까. 편견이라면 편견이지만. 아무튼, 이런 친구들만 모여있는 조직이라면 조금 곤란하다. 그 이유는 반대 케이스로 생각해보면 좋다. 성장 욕구가 넘치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주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파시킨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성장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면 서로 간의 에너지로 인해 시너지가 폭발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조직이 성공하는데 기여하게 된다. 고로, 조직은 성장 욕구가 충만한 인재를 찾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다. 한편, 주주도 아닌데 회사가 성장해서 뭐하냐고? 회사를 성장시키라는 게 아니다. 당신의 가치를 성장시키라는 이야기다. 회사의 성장은 당신의 성장에 부산물 같은 거다.

나는 주변 지인들에게 조직 내에서 경쟁하지 말고 밖에서 경쟁하라고 이야기한다. 옆자리에 앉아있는 동료로부터 가장 빠른 자극을 받을 수 있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십상이다. 특히 연봉이 그렇다. 대리급 연봉 4,000만 원인 틈새에서 5,000 받는다고 어깨 뽕 들어가서 10년 충성을 맹세하지 마시라. 그렇다고 연봉/환경 등이 행복의 잣대가 되면 물론 피곤하겠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면 넓은 세상에서 경쟁하는 것이 중요하다. 넓은 무대에서 본인을 증명받고 회사로부터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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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성장하겠다고 새로운 기술을 신나서 도입하는 친구들을 본 적이 있다. 실제 운영서버에 말이다. 물론 신기술을 도입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회사의 기술 성장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다. 나는 엔지니어의 성장과 기술적 욕구 충족 측면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운영해 볼 수 있는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극 환영하지는 않는다.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안 좋은 결말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을 막연히 써보고 싶다는 욕심에 도입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 말려야 한다. 1) 도입의 명분이 있는지 2) 새로운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실질적인 이득을 지표로 설명/설득 가능한지 3) 비즈니스 구조에 적합한 기술인지 4) 유지보수 비용은 괜찮은지. 등 이런 것들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하는데 대부분 명분도 없다. 아, 다 필요 없고 그냥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책임지는 위치에 있지 않은 주니어 레벨일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아무튼,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거든 그 결말까지 계산해서 주변을 설득하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되셔라. 혹시 넘어야 하는 단계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가?

자, 그럼 A-Z까지 모두 내가 설계, 구축,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은 과연 성장에 도움이 될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주 작은 규모의 서비스라면 또 다르겠지만, 간혹 화면부터 인증, API 백엔드 서버, 데이터베이스, 인프라 모두 혼자 해냈다는 글을 공유받게 되는데 대부분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나하나 깊이 있는 고민의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개발 코드와 인프라 모두 완성도가 떨어지고 가용성/안정성/확장성 측면에서 대처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 하지만 좋게 포장하면 진정한 풀스택 경험. 이것저것 시작하는 건 쉽다. 다만, 그것들을 안정적인 궤도에 올리는 게 어렵다. 저렇게 혼자서 모든 걸 다 했는데 하나씩 장애가 터지기 시작하고 신규 기능 추가, 유지보수, 비즈니스 로직 변경 등이 연속적으로 들어오면 대환장 파티가 시작되는 거다. 하나라도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게 훨-씬 낫다. 혹시라도 개발팀 규모가 3인 이하인 경우에 본인이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고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혹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그나마 돈이라도 잘 주면 다행인데... 그건 그렇고 이미 산전수전 다 겪고 위에 언급한 것을 포함해서 멱살 잡고 프로덕트를 끌고 가는 사람도 있다. 당연히 엄청난 보상을 받고 일한다. 




오랜만에 주절주절 글을 작성했는데 깊이 있게 쓰고 싶은 이야기는 더 많이 있다. 다만 공개된 곳에 올리기엔 적합하지 않은 내용도 많고 길게 써봐야 꼰대 느낌만 나고… 여기서 적당히 줄이는 게 좋겠다. 아무튼,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엔지니어에게 좋은 에너지를 받고 싶다. 데이터 수집, ETL 파이프라인, 대용량 클러스터 구축 등의 업무에 관심이 있고 함께 항해하고 싶으신 분은 주저 없이 연락 주시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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