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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보니 어느덧 쥬니어도 아닌 것이 시니어도 아닌 그런 중간 단계에 와버렸다. 한편으로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중간 허리 역할이라는 짐만 짊어지게 되는 그런 위치에 온 것이다.

아마도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사회적 위치가 바뀌면 또 다른 시야가 생기겠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지난 개발 인생을 회고하며 경력에 따른 의식 변화를 기록해 본다. 누군가 참고할 필요는 없다. 나는 첫 단추를 말끔하게 잘 채운 케이스가 아니며 현재도 썩 좋은 개발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기 때문이다.

꼬꼬마: 해야만 하는 것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 했을 때 내게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마냥 버겁기만 했다. 내 주관이나 의견은 알고리즘으로 반영되지 않았으며 누군가의 생각을 코드로 옮기는, 말 그대로 "코더"의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이 또한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으니 정말 능력이 떨어지는 신입이 아닐 수 없었겠다.

성장: 이제 더 이상 코는 안흘려요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더 많이 넘어지는 각고의 노력 끝에 내 위치를 잡고 일어설 수 있었다. 나름 전문 분야도 생기고 시야도 넓어지는 그런 시점이었다. 언어에 대한 이해와 소프트웨어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게 된 것은 마치 몸 속에 혈관을 들여다 보는 것과 같았다. 한편 반복적인 회사 업무에 살짝 지루해지는 시기를 맞게 된다.

고참: 할 수 있는 것
진급을 거치며 나름 두루 아는 것이 많은 고참이 되었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이쯤에는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때로는 내 방식에 대한 주장도 펼칠 수 있었다. 토론을 하거나 동료를 설득할 수 있는 단계가 되어갔다. 또한 훨씬 높은 직급의 사람이라도 틀린 발언을 했을 때는 "당신이 틀렸다"라고 거침없이 말 할 수도 있었다. 이것은 용기가 아니라 내 위치에서 당연히 해야만 하는 발언이었다. 경력에 맞는 언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보람: 하고 싶은 것
항상 오더를 받아 일해 왔지만 나와 동료를 위한 작업에서 큰 재미를 느꼈다. 이건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보람을 위한 것이다. 간단한 자동화 스크립트 개발부터 커다란 시스템 구축까지. 정말 아낌없이 시간을 투자하고 삽질을 해도 즐거울 수 있었다. 내 분야가 아닌 곳에 얕지만 넓은 견문을 익힐 수도 있었고 누군가와 결과물을 공유한다는 것은 매우 유쾌한 일이었다.

자제: 하지 말아야 할 것
하지만 항상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수만은 없다. 회사는 이윤을 창출을 하고 노동의 댓가를 받는 곳이니까. 설령 업무 외의 시간만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회사는 그것을 달갑게만 보지는 않는다. 마치 내 연봉은 야근 시간에 대한 노동까지 포함 한 것처럼. 어느정도 적당한 trade-off가 필요해지는 시기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자제해야 하는 것에 대한..

나눔: 제가 도와줄게요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사람은 언제나 나보다 나은 사람, 혹은 동등한 위치의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일해야 발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동료의 레벨을 끌어 올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미 어렷을적 경험한 것처럼 누군가에게 지식 나눔을 위해 설명을 해야할 때 지식은 더욱 탄탄해지고 견고해 지는 법이다.

컨퍼런스: 다녀오겠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한 컨퍼런스에 거침 없이 참석하게 됐다. 설령 그것이 개발과 무관할지라도. 항상 책상 앞에 앉아 있는다고 좋은 output이 나오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것을 깨우친지도 모른다. 비유하자면 손오공은 지구의 운명을 걸고 펼쳐지는 셀게임을 열흘 앞두고 낚시를 다닌다던지 하는 여유를 보였다. 여튼 컨퍼런스를 다니며 얻은 배경지식이 나를 더욱 풍성한 개발자로 만들어 주고 있다.

인터뷰: 나는 내가 배울 것이 있는 사람과 일을 할래요
면접관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시기가 왔다. 면접관으로 갖춰야 할 직급은 없다. 같은 팀으로 호흡하게 될 수도 있는 사람을 보고 수준을 판단 할 수 있는 시야만 있으면 된다. 개인적인 인터뷰 합격 기준은 경력에 맞는 최소한의 지식 수준과 내가 단 하나라도 보고 배울 점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직 한참 배움에 목이 마르지만 한편으로 거만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시점에 이 회고는 충분한 채찍이 된다. 부디 가까운 미래에는 이글과 이어지는 내용을 가벼운 마음으로 작성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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